'남혐 vs 여혐' 性대결 변질된 미투…"갑질로 봐야"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이동우 기자 | 2018.03.12 16:53

온·오프라인서 이성간 혐오 양상도 나타나…"남녀 아닌 권력관계에 초점 맞춰야"

/ 삽화=임종철 디자인 기자

#직장인 조모씨(30)는 최근 남자친구와 말다툼을 했다. 잇따른 미투(Me too) 고발로 남성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는 발언에 남자친구가 발끈해서다. 조씨는 '모든 남성이 그런 것은 아니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생각에 혼란스럽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이모씨(28)는 최근 회식 자리에서 남성 상사에게 "미투 운동이 지겹다"며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씨가 상사 옆에 앉으려 하자 상사는 여자 직원이 옆에 앉는 게 불편하다며 남자 직원을 옆에 앉게 했다.

미투 운동이 온 사회를 휩쓸면서 일각에서는 남녀갈등 구도로 변질 되는 모양새다. 일부 남성들 사이에서 여성을 기피 하거나 미투 운동이 마녀사냥에 가깝다며 비난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여성들은 남성 자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며 비하하기도 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온라인 공간에 올라오는 혐오 발언이 대표적이다. 경찰의 미투 가해자 수사가 본격화하자 관련 기사에 '김치년(한국 여성의 비하 표현)들이 여럿 죽인다', '한남(한국 남성의 비하 표현)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는 내용의 댓글이 달리는 식이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남성은 잠재적 성범죄자', '여성은 의무 없이 권리만 주장한다'는 등 소위 남혐·여혐(남자혐오·여자혐오)을 조장하는 글이 계속 올라온다. 미투 운동을 여성과 남성 간에 성 대결로 생각하는 움직임이 적잖은 셈이다.

혐오 표현은 오프라인으로도 번지고 있다. 최근 남성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펜스룰'이 대표적이다. 문제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며 남성들이 아예 여성과 접촉을 꺼리는 풍조다. 펜스룰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002년 "아내 외에는 절대 다른 여성과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한 발언에서 유래됐다.


공공기관 직원 강모씨(35)는 "여성들이 모든 남성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시선 자체가 굉장히 불편하다"고 말했다.

개강을 맞아 대학가에서는 술자리나 MT(단체여행) 자체를 멀리하는 현상도 발견된다. 이달 9일 서울 시내 모 대학의 익명게시판에는 남자 선배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 잘못 될 수 있으니 참석 자체를 자제하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투 운동 양상이 남녀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한다. 미투 운동의 본질은 남녀관계가 아니라 권력관계임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투 운동을 단순히 여성들의 고발 운동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며 "갑을관계, 인권침해 등 사회적 병폐 현상을 짚어보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단순 폭로가 아니라 기관 내에 고충·성추행·성폭력 사례를 조사하거나 처벌하는 기구를 제도화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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