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전 임원이 '천사'가 된 까닭은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 2018.03.13 03:00

[피플]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강준열 플랜트리파트너스 대표

강준열 플랜트리파트너스 대표.
"제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일을 추진해 나갈 때보다 다른 사람의 성장을 도울 때 좋은 성과를 내는 일이 많았어요. '서포팅'이 제 재능이라고 느낄 만큼요. 그래서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고 앞으로도 더 많은 후배들을 '서포팅'하고 싶습니다."

꿈과 아이디어만 갖고 회사를 차린 젊은 창업자들에게 적재적소의 투자는 마치 '천사'의 날개짓과 같다. 그래서 설립 초기 스타트업들에게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엔젤투자'라고 한다.

강준열 플랜트리파트너스 대표(45)는 '천사'다. 2016년부터 젊은 창업자들을 지원하는 '엔젤투자'를 개인적으로 시작, 점점 인연을 맺는 스타트업들이 많아지면서 아예 엔젤 투자사를 설립했다.

강 대표의 플랜트리파트너스는 가능성이 엿보이는 젊은 창업자들에게 약 1억원씩 투자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연을 맺은 스타트업들이 벌써 30여 곳에 이른다. 그 중에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도 있다. 최근 유진투자증권은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13조원에 육박한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강 대표가 신생 스타트업들의 '천사'가 되기로 한 이유는 업계에서 받은 것들을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식을 통해 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네이버가 코스닥에 막 상장했던 2003년 초 그곳에 입사해 성장기를 함께 했으며, 2011년 카카오에 몸을 담고 서비스부문총괄(CSO)까지 역임했다. 2016년 카카오를 퇴사할 때까지 20~30대 대부분을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들의 황금기와 함께 할 수 있었다.


강 대표는 "카카오를 나오면서 받은 퇴직금과 스톡옵션 행사 금액들을 보니 월급에 신경 쓰지 않고 살 만큼 됐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나 혼자 잘나서가 아니라 좋은 동료들과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이 돈을 나만을 위해 쓰지 말자고 결심했다.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욕심은 버리고 후배들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엔젤 투자'를 시작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욕심을 버리자 오히려 수익이 들어왔다. '두나무'를 비롯해 투자를 한 스타트업 4~5곳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자극 받은 강 대표는 더 많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조만간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벤처 투자형 사모펀드를 론칭할 계획도 잡았다.

강 대표는 최근 직장인들을 위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스트링(STRING)'을 서비스 중인 '더널리'라는 스타트업에도 임원으로 합류했다. 그는 "네이버 성장기와 카카오 초기의 업무 환경을 다시 느끼고 싶어 스타트업에도 몸을 다시 던졌다"며 "소규모 협업과 원활한 소통, 격의 없는 건강한 비판과 논쟁, 그렇게 도출된 결론을 실행하던 그 느낌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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