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무역전쟁에 흔들리는 WTO…"쥐덫에 걸렸다"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8.03.09 15:36

이코노미스트 "무차별 보복 악순환 WTO 감당 못할 것…모두 고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선포하면서 자유무역질서를 유지시켜온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8일(현지시간) WTO가 직면한 위기는 유례가 없을 만큼 심각하다고 단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부터 줄곧 WTO 체제에 반하는 보호무역을 주장했다. WTO는 '재앙'이라며 탈퇴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도 필요에 따라 보호무역 조치를 취했지만 트럼프는 자유무역 자체를 부정한다. 이미 맺은 자유무역협정(FTA)도 국익을 위해 재협상하거나 폐기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를 물리는 결정을 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반무역 공세 수위를 높이면 WTO가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 당장 유럽연합(EU)과 중국 등은 미국에 대한 보복을 벼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국가안보 위협'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별로 없다. 미국이 철강을 대거 수입하는 나라가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 EU, 멕시코 등 '동맹국'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이날 캐나다와 멕시코를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 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조치가 국가안보위협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문제는 다른 나라들도 트럼프의 국가안보위협 명분을 내세워 보복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움직임이 WTO를 '쥐덫'으로 몰아넣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무차별적인 보복을 촉발하면 WTO가 감당할 수 없고, 트럼프의 조치를 문제 삼으면 미국이 WTO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 그래도 트럼프 행정부는 주권침해를 명분으로 삼아 WTO의 결정을 무시할 태세다.

트럼프가 굳이 흔들지 않아도 WTO 체제는 이미 약해진 상태다. 2015년 다자간 무역협상인 도하라운드가 좌초된 게 결정타였다. 무려 14년간 이어진 협상이 실패하자 WTO의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개혁은 지지부진했다. 이 결과 WTO가 경제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역에서 지적재산권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게 대표적인 변화로 꼽힌다.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질서를 무시한 채 계속 중상주의 정책을 추구하면 다른 나라도 뒤를 따를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WTO 체제가 당장 무너지진 않겠지만 세계화한 경제의 기반이 서서히 약해져 모두가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가 벌인 마지막 전면적인 무역전쟁은 1930년 미국이 일방적으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제정하면서 일어났다. 당시 보복의 악순환은 대공황을 가속화했다. 세계 무역 규모는 1929~34년 66%,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는 1929~32년 15%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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