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의 역사…"결과는 재앙뿐이었다"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8.03.09 11:04

1800년대 중후반 佛-伊, 美-加 무역전쟁, 1930년대 대공황 미국발 세계 무역전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끝내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는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를 이유로 무역전쟁은 정당하고 자국 경제에 이익이 된다고 주장한다. 무역전쟁이 재앙을 초래할 뿐이라는 역사의 교훈에 눈감은 셈이다.

현대 무역협정의 시초는 영국과 프랑스가 1860년 맺은 '콥든-슈발리에 협정'(영불 통상조약)이다. 핵심은 관세를 낮추는 것이었다. 덕분에 1860년대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공산품과 와인을 상대국에 2배 더 수출할 수 있었다.

콥든-슈발리에 협정은 1892년 파국을 맞는다. 프랑스가 '멜린 관세'를 통해 보호무역 기조로 돌아서면서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농업 보호 조치인 멜린 관세 때문에 프랑스의 식품 물가가 25% 이상 올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벌이던 무역전쟁이 멜린 관세의 한 배경이 됐다고 본다.

1871년 통일을 이룬 이탈리아는 산업을 키우기 위해 보호무역에 나섰다. 프랑스와 맺은 무역협정도 1886년 파기했다. 프랑스 경쟁업계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물렸고 프랑스가 맞불을 놓으며 보복의 악순환이 일어났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무역전쟁으로 두 나라 사이의 교역이 급감했다. 모두 대가를 치른 셈이지만 예상치 못한 역효과도 일어났다. 이탈리아가 프랑스 대신 독일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가까워지면서 1차대전의 한 축인 3국 동맹을 이룬 것이다.

비슷한 시기 미국도 캐나다와 무역전쟁을 벌였다. 남북전쟁(1861~1865년) 이후 집권한 공화당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게 발단이 됐다. 1866년에는 캐나다와 맺은 호혜조약을 폐기하기에 이른다. 미국은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높이며 새 호혜조약을 맺자는 캐나다의 제안을 일축했다. 캐나다도 1879년부터 보호무역을 본격화한다. 이 여파로 재봉틀 브랜드로 유명한 싱어매뉴팩처링, 웨스팅하우스 등 1880년대 후반까지 관세 부담을 피해 캐나다로 공장을 옮긴 미국 기업이 65곳에 이른다.

미국 공화당 정부의 보호무역 성향은 갈수록 짙어졌다. 1890년에는 '맥킨리 관세법'을 제정해 모든 수입 제품의 평균 관세율을 38%에서 49.5%로 높였다. 캐나다도 보복 수위를 높여 1889~92년 미국산 농산물의 캐나다 수출이 반 토막 났다.

미국이 1897년 '딩글리 관세법'으로 평균 관세율을 더 높이자 캐나다는 보복관세로 맞서는 동시에 영국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갈등은 이후에도 지속돼 두 나라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기까지 거의 한 세기가 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철강 노동자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를 물리는 명령에 서명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미국 허버트 후버 행정부가 1930년 제정한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전면적인 세계 무역전쟁을 촉발하며 대공황을 가속화했다.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당초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지역구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의원들의 요구로 관세품목이 2만여개로 늘었고 1921~25년 평균 25.9%였던 관세율이 1932년 59.1%까지 치솟았다. 미국의 무역상대국들은 관세율 인상, 수입제한, 환율 통제 등으로 보복에 나섰다.

이 결과 국제무역과 함께 세계 경제가 급격히 위축됐다. 1929년부터 경기가 바닥을 친 1933년까지 미국의 수입과 수출은 각각 66%, 61% 줄었고 1930년 8%였던 미국의 실업률은 1932~33년 25%까지 치솟았다. 세계 무역 규모는 1929~34년 66% 쪼그라들었고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는 1929년부터 1932년까지 15%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대공황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다행히 1930년대 이후 더 큰 무역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1980년대 초 미국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일본산 자동차를 문제 삼고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외국산 철강,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산 철강과 타이어를 표적으로 삼았지만 무역분쟁일 뿐 무역전쟁 정도는 아니었다. 역사적 교훈을 통해 전 세계가 1948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이어 1995년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로 자유무역질서를 떠받친 덕분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WTO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WTO 체제에 기반한 자유무역 시스템이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방아쇠를 당긴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보복의 악순환을 일으키는 무역전쟁의 결과는 재앙일 뿐 승자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덴마크 투자은행 삭소뱅크의 스틴 야콥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전쟁으로 미국이 1년 안에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70%에 이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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