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 52시간제, 안착하려면 탄력 근로제 병행돼야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 2018.03.07 15:09
"제도가 실제 상황을 따라가지 못한다. 기술발달로 이미 퇴근이 없어진 시대가 돼버린 지 오래인데 물리적 퇴근 시간만 앞당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한 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올 하반기부터 주 52시간제 시행이 예고된 가운데 산업계를 중심으로 연구개발(R&D) 직종은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적용돼야 하며 단위기간은 최소 6개월에서 1년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탄력적 근무시간제란 주 52시간 원칙을 '한 주' 기준이 아닌, 분·반기를 단위로 한 평균시간을 기준으로 삼는 것을 뜻한다.

근로기준법 제 51조에도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명시돼 있다. 회사가 근로자 대표와의 합의에 따라 최대 3개월 단위기간을 평균해 근로시간을 지킬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사실상 주 68시간을 근무하던 때에는 위 조항이 쓰일 일이 많지 않았지만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위 조항도 현실(3개월이 아닌 6개월~1년)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실제 R&D 직군 근무자들은 "3~4시간씩 운동시간을 걸고 일을 한다"거나 "제도가 시행되면 점심 혹은 휴게 시간을 길게 걸고 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신제품 개발을 앞두고 바쁜 시기에는 야근이 필수적인데 탄력적 근로시간제 없이는 편법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필요한 건 R&D에만 국한돼 보이진 않는다. 부서마다 일이 몰리는 때가 특정돼 있는데 주 52시간을 지키려면 건물 밖으로 나가 퇴근 한 것처럼 가장한 후 근처 까페 등에서 못 마친 일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의 장시간 근로 문화가 이미 알려진 만큼, 대다수 직장인들은 근로시간 단축의 방향성에는 공감한다. 취지에서 공감을 산 제도인 만큼 제대로 안착하려면 세심한 관찰과 융통성이 필요하다. 현실적인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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