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폭로에 충격?…여성계 "이제 시작"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 2018.03.06 17:11

[촛불에서 미투로...권력의 붕괴-⑪]"비정규직·이주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까지 퍼져야…가해자 엄중 처벌→변화 시작"

연출가 이윤택으로부터 성추행 및 성폭력을 당한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 연극인 홍선주씨, 이재령씨(왼쪽부터)가 이달 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미투(#Me Too) 운동 그 이후, 피해자가 말하다'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연일 계속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온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지만 여성계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유명인 위주로 나오는 폭로가 일반인들, 비정규직·이주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까지 확산 돼 이들 역시 '나도 당했다'고 폭로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는 점에서다.

여성 중에서도 계약직이나 인턴 노동자, 이주 여성들은 '미투' 운동에 참여하기가 더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이들은 직장 내 권력관계에서 더욱 약자여서 피해를 폭로하기가 어렵다.

이인숙 건국대 여성학과 교수는 "소외 계층에 속한 여성들은 가해자인 윗사람의 의지에 따라 '1년 더 근무할 수 있느냐'가 달려 있다"며 "생계 문제와 직결돼 있어 미투 운동에 동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폭로되고 있는 미투 사례 대부분이 '권력'에 짓눌린 피해인데 소외 계층 피해자들이 가해자로부터 느끼는 권력은 더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가해자들이 성폭행을 시도하거나 성추행할 때 당연히 '노'(No)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게 직장생활이고 권력의 힘"이라며 "상사가 조직 내에서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고 특히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등 소수자인 여성들이 느끼는 부분은 더욱 크다"고 말했다.

당장은 유명인 위주로 폭로가 나오지만 이는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정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실장은 "파급력 효과에서 볼 때 어느 동네에 이름 모를 20대 여성보다는 유명인과 관련된 여성이 더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며 "미투 운동은 이제 시작이고 문제 제기일 뿐 이를 계기로 전사회적 운동으로 번져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미투 운동은 이전부터 진행돼왔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소희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지난해 직장 내 성폭행 의혹이 일었던 한샘 사건에서 보듯 여성들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피해 사실을 이야기해왔다"며 "이번 미투 운동은 '이제는 한국 사회와 공동체가 변화해야 한다', '응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어느 때보다 정확하게 요구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제야말로 우리 사회가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체적 변화를 위해서는 우선 법적으로 성폭력이 제대로 처벌받는 사례가 많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소희 사무국장은 "일반 여성이 성폭행 피해를 입었을 때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 받을까',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당하지는 않을까'하는 점"이라며 "수사기관에서 성폭행을 폭행과 협박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보는 등 성폭력 피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제대로 자리잡히지 않았다고도 느낀다"고 밝혔다.

정미혜 실장은 "'폭력으로부터의 안전'은 보편적 시민권의 핵심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법적·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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