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 사람 찾아요"… 소셜다이닝에 참석해봤다

머니투데이 강선미 기자 | 2018.03.11 04:01

[혼자, 삽니다]② 낯선 사람들과 요리하고 밥 먹는 '소셜다이닝' 도전기

편집자주 | 대한민국에서 혼자 사는 당신, 안녕하신가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나눠 먹는 '소셜다이닝'에서 기자가 직접 만든 '시금치치즈오믈렛'(사진)과 기자가 계란을 깨고 있는 모습. /사진=강선미 기자
식당에서 혼자 삼겹살을 구워 먹어도, 혼자 뷔페에 가는 것도 익숙한 요즘이지만, 여럿이 밥상에 둘러 앉아 밥을 먹는 것에 대한 갈증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혼밥 하기 싫은 이들이 모여 함께 밥을 먹는 모임인 '소셜다이닝'은 요리나 취미공유 등이 접목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계속되는 '혼밥'에 지친 기자가 직접 '소셜다이닝'에 도전해봤다.

토요일이었던 지난달 24일 참석한 소셜다이닝은 요리 배우기와 기부를 키워드로 한 모임이다. 참가비 4만원을 내면 주최자가 장소와 재료를 준비한다. 남은 돈은 '전국천사무료급식소'에 기부한다. 참가자들은 준비된 재료로 직접 음식을 만들고 나눠 먹는다. 이날의 메뉴는 △그린 리스 샐러드 △오징어볶음 △부추 삼겹수육 △바지락된장찌개 △시금치 치즈 오믈렛 △러스크 등이었다.

소셜다이닝 메뉴(왼쪽)와 요리 레시피를 살펴보는 참가자들. /사진=강선미 기자
이날 저녁 5시.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공유부엌(Sharing Kitchen, 누구나 와서 쓸 수 있는 개방형 형태의 부엌)에 찾아갔다. 주최자 1명과 기자를 포함한 참가자 4명이 네모난 식탁 앞에 둘러앉았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자신의 이름과 하는 일, 사는 곳 등을 소개했다. 소개팅만큼이나 어색한 시간이 흘렀다. 앞으로 몇 시간동안 어색한 분위기를 견딜 수 있을까 걱정이 생겼다.

업무를 분담하고 각자 맡은 자리에서 요리를 시작하자 불편한 마음은 조금 사라졌다.
"날카로운 칼은 서로 다치지 않게 쓰고 나서 잘 정리해두세요"
"뜨거운 냄비는 저쪽으로 치워두세요"
참가자들의 서툰 솜씨에 주최자의 눈빛은 날카롭게 변했다. 좁은 주방에서 5명이 요리를 만들다 보니 자칫하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 쉬웠다. 정신줄을 바짝 잡고 있어야 했다.

참가자들이 한창 요리를 만들고 있다. /사진=강선미 기자
"문석님, 거기에 그릇 있나요?"
"한내님, 오징어 다 썰어놓으셨죠?"
여럿이서 요리를 만드는 일은 고도의 협력이 필요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요청받아야 했다. 굳이 이름을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참가자들의 이름이 저절로 입에 뱄다.


오후 5시부터 시작한 요리는 저녁 7시39분이 돼야 완성됐다. 보통 저녁 8시가 넘어야 요리를 끝내고 밥을 먹었다고 하는데 오늘은 선방했다. 요리하는 내내 군침만 흘렸던 참가자들은 빠르게 늦은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오징어 참 잘 익었네요"
"이거 조미료 안 들어간 것 맞아요?"
직접 만든 음식들로 대화 거리는 끊이지 않았다. 식탁에 오른 음식을 주제로 사람들과 얘기해본 것이 얼마만인가 생경한 느낌이었다.

2시간39분 동안 4명이서 완성한 저녁 한 상. /사진=강선미 기자
앞으로 혼자 밥 먹기 싫은 날이 또 생기면 '소셜다이닝'을 다시 찾을까? 기자의 대답은 'NO'.
편한 옷을 입고 부담없이 밥을 먹는 것이 기자가 생각하는 '즐거운 식사'의 기준. 다른 사람과 친밀감을 형성해야 하는 일은 즐겁기보다 감정을 소비하는 일이었다. 일종의 파티와 같은 식사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 참가비 4만원은 비싸게 느껴졌지만 즐거운 밥 한끼에 기부까지 할 수 있으니 따뜻한 마음은 2배로 얻어갈 수 있다.

이날 '소셜다이닝'을 주최한 마성혁씨(30)는 "직장이나 학교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배워갈 수 있는 모임"이라며 "참가자들의 안전 등을 고민하며 새로운 형태의 모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사용한 공유부엌을 관리·운영하는 이지수씨(25)는 "한 곳에 모여 밥을 나눠 먹는 일에 여러가지 번거로움이 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하려는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의 '소셜다이닝'에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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