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상 실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개발비는 무형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경우 판매관리비(판관비)가 줄어 영업이익이 늘어난다. 이점을 악용해, 개발비의 자산화가 지나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셀트리온 그룹의 개발비 이슈가 불거진 후 이 방침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개발비 처리에 쏠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를 두고 "생각보다 개발비 이슈가 충격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적절성 여부를 떠나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개발비의 자산처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상장사 이익이 줄어드는데 지수상승을 기대할 수 있겠냐는 얘기다.
문제는 기준의 명확성이다. 개발비 문제가 주로 불거지는 제약·바이오업계를 살펴보면 "실적 가시성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회계, 증권업계는 입을 모은다.
제품을 만들어 파는 사람도 제품의 성공 여부를 단언할 수 없는데, 회계사들이라고 확언할 수 있겠냐는 얘기다. 회계사들은 긍정적인 기업과 비관적인 당국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해야 할 판이다.
기업과 회계법인 관계자들의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다른 상황에서 당국이 집중 점검방침을 내놨는데, 어느 회계사가 적극적으로 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겠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회계사의 '의견거절'과 그에 따른 제재가 무서운 기업도 선제적으로 자산을 줄이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한다.
"평소와 달리 이번엔 보도자료 수준의 지침만 내려왔다. 개발비 담당자들은 머리 좀 아플 듯하다"
개발비 테마 감리 방침 발표 직후 당국이 회계업계에 전달한 지침 내용을 묻자, 한 회계사는 "언론보도 내용이 전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개발비 자산화를 악용한 이익 부풀리기를 적발하겠다는 선의가 무색하게 당국의 움직임에 출렁이는 증시와 도마 위에 선 업계에 대한 배려심이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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