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5G '멍청한 통신망' 안되려면

머니투데이 임지수 기자 | 2018.03.06 03:57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 등 국내 이동통신3사 CEO(최고경영자)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8'이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회동을 가졌다. KT는 황창규 회장의 불참으로 윤경림 부사장이 대신 참석했다.

유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이통 3사 CEO에게 2019년 3월 세계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필수설비 공동화 방안 마련, 주파수 조기할당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부의 목표대로 착오없이 5G 상용화 일정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5G 관련 투자에 나서달라는 당부다.

이와 동시에 유 장관은 보편요금제 제도 도입 전이라도 이에 준하는 수준으로 요금을 자발적으로 내려달라고도 말했다. 요금 인하시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고 이 경우 투자재원 역시 줄어들게 되는데, 정부는 요금도 내리고 5G 관련 투자도 서두르라고 주문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5G 관련 투자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망 중립성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 장관과 이통 3사 CEO의 간담회 자리에서 만난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망중립성 원칙이 변할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며 "미국만의 움직임으로 끝날지 등 동향을 보고 움직여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MWC 2018 기조연설자로 나선 아짓 파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이 "시장 기반의 가벼운 규제 접근이 5G 성공의 핵심"이라며 망 중립성 폐지의 타당성을 강조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회선사업자(ISP)가 인터넷 이용에 있어 속도나 망 이용료, 서비스 등을 차별해선 안된다는 원칙으로 FCC는 지난해 12월 망 중립성 폐지를 결정했다.


국내 사업자들은 요금 인하 등으로 투자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망중립성 제도 개선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망 중립성이 폐지되면 망을 많이 차지하는 콘텐츠 제공업체에 비용을 부과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이통사들은 망 중립성 폐지 이후 5G 투자 계획을 확정하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 권영수 부회장이 바르셀로나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 방식을 따라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무임승차가 나오고 하는 지금 같은 상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파이 위원장은 MWC 연설에서 "5G의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멍청한 통신망(dump pipe)이 아니라 똑똑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며 "멍청한 통신망은 스마트시티를 내놓을 수 없고, 자율주행차의 안전한 운행도 가능하게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세계최초의 5G를 강조하기 전에 우리나라의 5G는 '멍청한 통신망'이 되지 않을지 한번쯤 곰곰히 생각해야 할 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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