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美中 무역전쟁 소용돌이 휘말린 한국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 2018.03.05 03:20

[2018년 봄 한국경제진단]효과적 통상 대응책 제시 못하는 가운데 반도체 등 선전으로 수출은 '선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미·중간 '통상 전쟁'에 애꿎은 한국의 등이 터지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다. 중국을 조준한 미국의 보복무역 조치에 휘말리면서 한국산 제품들의 수출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정부는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카드만 만지작거릴뿐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미국이 지난 1일(현지시간) 밝힌 수입 철강재 일괄 관세 부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산 철강 25%, 알루미늄 10%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대미 철강수출 물량은 354만3000톤으로 전체 수출에서 11.2%를 차지했다. 2014년부터 유정용 강관 등 주요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면서 수출량은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일괄 관세를 부과하면 대미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 중 한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보복 조치에 단행하면서 한국이 말려들어가는 모양새다.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28일 의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에서 "모든 수단을 통해 중국의 불공정 무역을 막겠다"고 명시했다. 중국은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 3752억달러를 거뒀다. 미국의 전체 무역적자 8100억달러의 46% 수준이다.

문제는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수출하는 산업구조를 지녀 중국 의존도를 당장 줄이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한국을 경유한 중국의 우회수출'에 대해서 계속 권고해왔다. 지난달 미 상무부에서 '무역확장법 232조'를 수입 철강재에 적용해야한다며 "한국이 중국산 철강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무역보복조치 외에도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은 올해 초부터 있었다. 미국은 올해 1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정용 세탁기에 최대 50%의 관세를 매기는 세이프가드 발동을 승인했다. 당시 한국산 등 태양광 제품에 대해서는 2.5GW(기가와트) 기준 최대 3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의 전방위적 보호무역이 한국의 주력 수출상품인 자동차와 반도체까지 건드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한미FTA 개정협상을 시작할 때 제시한 근거는 자국 자동차산업의 피해였다. 반도체는 지난달 1~20일 대미 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1.9% 증가한 1억9000만달러를 수출하는 등 대미수출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정부는 마땅한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 상무부 주요 인사들을 만나는 아웃리치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는 WTO 제소방침도 밝혔지만 오랜 시일이 걸리는 데다 WTO의 낮아진 위상 때문에 국내 업체들에 대한 실질적 구제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미국발 보호무역주의가 전세계를 강타한 지난달 한국 수출은 2월기준 역대 최대 일평균수출 실적을 거뒀다. 설연휴로 줄어든 조업일수에도 불구하고 반도체(90억1000만달러, +40.8%)와 컴퓨터(8억6000만달러, +29.5%)가 역대 2월수출 최대실적을 거뒀다. 이는 13대 주력품목 중 8개가 감소세를 보인 것을 메꿨다.

정부는 보호무역주의 확산, 미국 연준(FRB)의 금리 인상 가속화 전망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주력품목의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올해 수출여건의 불확실성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14년 166건이었던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191건까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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