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China Story] 동남아 패권 노리는 알리바바

머니투데이 정유신 서강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 회장 | 2018.03.02 04:44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해외, 특히 동남아시아 패권을 겨냥하고 있다. 계기는 2016년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회의 때 마윈 회장이 발표한 전자세계무역플랫폼(eWTP). 이는 급성장하는 디지털플랫폼을 온라인시장화해 기업들, 특히 해외 유통망과 브랜드가 취약한 중소벤처기업들의 수출을 돕겠다는 구상이다. 당시 G20 공동선언문에 인터넷실크로드로 발표되며 참석한 각국 정상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알리바바 해외 진출의 두 축은 시장 역할을 하는 알리바바플랫폼과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리페이. 특히 알리페이는 스마트폰에 알리페이 앱(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상점 QR코드만 읽으면 쉽게 결제할 수 있어 대단히 편리하단 평가를 받는다. 알리페이를 통한 알리바바의 해외진출은 3단계로 구성된다고 한다. 첫째, 유커(중국인관광객)들이 해외에서 알리페이를 사용함으로써 알리페이의 편리함을 선전 둘째, 해외고객에 대한 알리바바플랫폼, 특히 배송을 담당하는 알리익스프레스의 이용을 유도 셋째, 현지 파트너와 제휴해 알리페이와 똑같은 결제서비스를 현지통화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동남아 진출 중에서도 관심을 끄는 건 태국과 말레이시아. 태국의 경우 2016년 9월 쁘라윗 짠오차 총리와 마윈 회장의 회담 후 중국과 태국 즉, 국가 간 디지털협력으로 격상돼 빠르게 진전되는 양상이다. 주요 내용은 디지털플랫폼을 통한 태국 중소기업의 전자상거래 지원과 디지털분야 인재 육성, 물류시스템개발이지만 한마디로 알리바바플랫폼의 본격적인 태국 진출인 셈이다. 태국정부로서도 생산능력 확대(‘타이랜드 3.0’)에서 부가가치 제고(‘타이랜드 4.0’)로 정책을 바꾸는 과정에서 산업의 디지털화, 예컨대 디지털플랫폼과 빅 데이터, IoT, 인공지능 같은 디지털기술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상호 윈윈이란 입장이다.

말레이시아 진출은 더욱 빠르다. 2016년 10월 나집 라작 총리와 마윈 회장의 첫 회담에서 말레이시아 중소기업 만개사를 알리바바플랫폼에 입점시키기로 합의했다. 이뿐 아니라 마윈 회장이 말레이시아정부의 디지털경제위원회 고문으로 취임함을 계기로 마윈 회장이 제안한 디지털자유무역지구(DFTZ)가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 주변에 개설됐다. 지난해 11월부터 본격 가동한다고 한다. 말레이시아는 경제력, 시장개방 측면에서 싱가포르 못지않게 아시아의 허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마윈회장으로선 본인이 구상한 전자세계무역플랫폼(eWTP) 구현을 위한 해외거점으로 안성맞춤이다. 말레이시아도 중소벤처기업 활성화와 이들의 대중수출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알리바바와 같은 전자상거래플랫폼 육성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한다.


비대면상에서 거래되는 디지털 시대엔 빅데이터와 그 활용으로서의 인공지능, 생체인증 같은 보안기술이 중요한데 중국은 이 방면에서 이미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13억8000만명에 달하는 인구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빅데이터를 거의 모든 산업에서 시뮬레이션, 응용하면서 인공지능, 생체인증기술 등도 빅데이터 활용에 애로가 있는 국가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윈 회장은 빅데이터 예찬론자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모든 개개인에게 찬스가 올 수 있는데 알리바바가 그 찬스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아무튼 현 상황을 보면 태국, 말레이시아는 알리바바를 통해 빅데이터 구축과 활용 노하우를 배우려 하고 알리바바는 태국, 말레이시아 현지의 빅데이터를 확보해 진출영역을 더욱 확장하려는 생각인 것 같다. 2016년엔 태국재벌 차론포카판그룹, 2017년엔 말레이시아 대형은행인 CIMB와 제휴를 맺어 이미 발판은 마련됐다. 대형 디지털플랫폼 하나 제대로 없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숙고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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