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유산 깨운 文정부, 내 삶을 바꾸는 52시간 시대 왔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정진우 기자 | 2018.02.27 17:14

[the300][52시간 근로]'노동전쟁' 일단락..국민 삶·기업 획기적 전기 위해 정교한 설계 필수

2018.2.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T리포트] 주 52시간 근로 ☞ PDF 보러가기

이제 '주 52시간 근로' 시대다. 오래, 늦게까지 일하는 시대, 관행적 장기 근로 시대는 막을 내린다. 노사 관계를 넘어 삶 자체의 변화가 예상된다. '개혁'과 '개악' 사이에서 길을 잃었던 노동개혁 엔진도 다시 가동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6~27일 1박2일 회의 끝에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에 합의했다. 7월부터 우선 300인 이상 기업부터 수당을 아무리 많이 줘도 주 52시간 이상 일을 시킬 수 없다.

그간 법상 명시된 주당 52시간 근로에 16시간 초과근무가 허용됐다. 사실상 최장 근로시간이 68시간이었다. 대기업은 거의 52시간 근로가 정착돼 있었다. 반면 68시간 근로가 관행처럼 남아있던 곳은 대부분 중견중소기업이다.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이들의 고용형태가 달라진다. '저녁이 있는 삶'이 온다. 공무원과 대기업에게만 국한됐던 법정 공휴일이 중소기업, 영세기업에게 주어진다. ‘휴일 양극화’ ‘휴일 자괴감’ 해소다.

돌이키면 19년간 꼬인 매듭이다. 2000년 DJ(김대중) 정부 당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며 '연간 노동시간 1800시간'에 대해서도 노사정 대타협을 이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두 번째 장시간 노동국가.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었지만 이행은 요원했다.

참여정부 들어선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제한하고 노사가 합의하면 12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법 상 인정되는 일주일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였다. 토요일과 일요일 각 8시간씩 총 16시간 근로가 허용됐다. 주 68시간 근로 관행은 여기서 나왔다.

2008년 경기 성남 환경미화원들이 소송을 내며 개혁 논의에 불을 당겼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 68시간은 위법이며 휴일 수당은 200%를 지급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이들이 1,2심 모두 승소했다. 관행적 법 해석에 경종이 울렸다. 노사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2013년부터 국회서도 근로시간 단축을 중심으로 한 노동개혁 논의가 개시됐다.


시작은 의욕적이었지만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노동계는 가장 무게가 덜 한 주제로 임금을, 그 다음으로 근로시간을 꼽는다. 이 둘을 합한 폭발력을 지닌 게 고용이다. 박근혜 정부는 고용을 직접 건드렸다. 이른바 고용 유연화다. 강력한 반발이 뒤따랐다. 5년의 국회 논의 기간은 그야말로 '노동전쟁'의 시기였다.

5년의 전쟁 끝에 구호로 남는 듯 했던 DJ의 유산을 문재인 정부가 넘겨받았다. 근로시간 단축을 대선 공약으로 정하고 거침 없이 추진했다. 여당의 뚝심과 야당의 양보가 새로운 시대의 물꼬를 텄다. 임기 내 노동개혁에 매달렸던 이기권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시장에 불확실성을 없애는게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어려운 성과를 낸 정부와 국회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갈 길은 멀다. 중소·영세 기업은 걱정이 태산이다.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힘든 터에 더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근로시간 단축 이후 지금의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연간 12조원이 넘는다는 집계를 내놨다. 유예기간 중 맞춤형 정책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근로자도 마냥 환영할 처지가 아니다. 실질적 소득 증대없이 맞이하는 ‘저녁있는 삶’은 일부에 국한된 축복이 될 수밖에 없다. 근로시간 단축의 궁극적 목표점인 ‘고용 확대’가 이뤄질 지도 예단하기 어렵다. 어렵게 물꼬를 튼 노동개혁의 성과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행복으로 다가와야 한다. 사회적 비용 발생을 피할 수 없다면 노사정의 끊임없는 논의로 풀어야 한다. 여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국회의 협조도 필수 요소다.

2013년 근로시간 단축 화두를 먼저 꺼낸 이채필 전 고용부 장관은 "돈 보다도 장시간 근로를 줄이면서 효율을 높이는 '노동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여야가 정치적 목적을 갖고 접근해서는 안 되며 노사 합의로 현장에서 제도가 정착될 수 있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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