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로]IT업계 유연근무제 확산…밤샘 촬영·크런치 모드 사라지나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이해인 기자, 김세관 기자 | 2018.02.27 11:45

과로사·돌연사 악명 방송·게임업계, 근로시간 단축 영향은

법정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방송, 게임, IT(정보기술) 업종의 근로 환경이 달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방송제작, 게임업종의 경우 잦은 밤샘 작업과 살인적인 제작 일정 등으로 근무환경이 열악한 대표적인 업종이다.

업계에서는 일정기간 업무가 집중되는 특성상 탄력근무제나 유연근무제 등을 통해 근로환경 개선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소업체들의 경우 인건비 비용 부담 등이 외주업체, 협력업체 등으로 전가될 우려가 있다며 제작비 현실화나 불공정관행 개선 등 현실적으로 근로여건이 개선될 수 있는 추가적인 제도적 지원 등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80 시간은 기본' 밤샘촬영·크런치 모드 사라지나

외주제작이 보편화 돼 있는 방송제작 업종의 경우 방송 편성으로 인해 촬영 기간이 집중되는 일이 잦고 초과 근로시간 예외업종으로 분류돼 그동안 과도한 근무시간 등 근무환경이 열악했다. 방송사 방송 스케줄과 수정요구 등으로 밤샘, 휴일근무, 추가촬영 등이 만연돼 있다. 방송사 내에서도 제작비 절감을 위해 기획, 촬영, 조명 등 제작과정 전반에 걸쳐 제작 인력이 과도한 근무 시간에 시달려왔다.

최대 68시간이었던 법정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들고 방송업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됨으로써 제작환경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외주제작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에 일환으로 근로환경 개선을 내세워 연장근로 한도 특례업종에서 방송업을 제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더해 근로감독, 사업장 지도, 감독 강화, 장시간 근로문화 개선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근로시간 단축 규정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에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외주제작업체의 경우 방송사들의 제작비 절감 압박, 비현실적인 촬영 일정 등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중소 규모의 제작사들은 2020년부터 적용이어서 시행시점까지 단계적으로 개선하며 지켜볼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비용 충격이 상당해서 방송사들의 제작비 현실화 등의 추가적인 제도 개선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공공기관은 2018년 7월1일부터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1일부터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1일부터 적용된다.

게임업계도 최근 직원 돌연사 등으로 이슈가 됐던 '크런치모드' 등의 과도한 근로 관행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크런치모드란 게임 출시일정이 임박했을 때 연일 이어지는 야근 모드를 말한다. 지난 2016년 넷마블게임즈 직원 2명이 돌연사하면서 이 같은 게임업계의 근무환경이 원인으로 지목되며 논란이 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업의 특성상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라도 게임업계의 근무문화는 변화를 줘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며 "법정근로시간 단축으로 대형 게임사들의 움직임이 중소형게임사로까지 번지며 업계 전반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IT 업계 탄력근무제, 유연근무제 확산

업계에서는 특례 제외로 연장근무 제한이 의무화되면서 근무 문화가 바뀌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표준계약서 등으로 강제성이 없는 근로시간 규정이 있지만 유명무실했다.

특히 24시간 운영돼야 하는 작업이 많은 IT(정보기술), 방송업종 특성 상 탄력근무제나 유연근무제가 확산될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미 일부에서는 탄력근무제를 시작하면서 자발적으로 근로 문화 개선에 나서고 있다.

게임업계는 직원 돌연사 이후 자발적으로 개선에 나서고 있다. '구로의 등대'라는 오명까지 얻었던 넷마블은 야근과 주말근무를 없애고 퇴근 후 메신저를 통한 업무 지시를 금지하고 있다. 서비스 장애나 정기점검, 서비스 업데이트 등 게임업 특성상 위한 불가피한 경우를 감안해 탄력근무 제도도 도입했다. 연장근로의 경우 사전 신청했을 때만 가능하도록 해 주당 12시간이 넘는 연장근무 발생을 차단했다.

게임업계 맏형 넥슨도 유연 출퇴근제도를 도입했다. 오전 8시부터 10시 사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엔씨소프트도 주당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탄력적 근로 시간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말 직원들을 대상으로 '근무 문화 개선 방향 설명회'를 열고 유연 근무제 도입을 설명한 바 있다. 회사와 근무제도 변경을 논의할 직원 대표도 선출했다.

SK텔레콤도 최근 2주단위로 총 80시간 범위내에서 일하는 자율적 선택근무제를 도입한다고 밝혔고 KT 역시 주 40시간 근무를 염두에 두고 ‘9 to 6(하루 8시간, 주52시간)’의 효과적 이행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현장 기사들의 경우 탄력근무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역시 집배원 근무시간 단축을 위해 선제적으로 나섰다.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집배원 업무의 경우 오는 2019년까지 52시간 근무 적용 대상이지만 올해 말까지 52시간 근무 체제를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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