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옥의 창]왜 블록체인에 열광하는가

머니투데이 장윤옥 테크M 편집장 | 2018.02.27 04:55
유능하고 똑똑한 어떤 사람이 세상에 다시 없을 획기적이고 편리한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그 사람 외에는 아무도 쓰지 않는다면 큰 의미가 없다. 편리한 기능이 아무리 많더라도 효용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서비스가 입소문이 나서 주위에 퍼지고 대부분 사람이 쓰게 된다면 어떨까. 그 서비스는 몇 사람이 쓰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효용과 가치를 갖게 되고 원래 제공한 것에 더해 더욱 다양하고 많은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네트워크 기업 스리콤의 창업자이기도 한 밥 멧커프는 많은 사람이 사용할수록 그 가치가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네트워크의 효과’를 수식으로 표현한 ‘멧커프의 법칙’을 만들었다. 이 법칙에 따르면 네트워크의 경제적 가치는 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구성원의 제곱에 비례한다고 한다. 2명이 사용할 때 가치가 4였다면 사용자가 3명이 되면 9로 늘어나고 4명이 되면 가치가 16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실제 우리 주위에서 멧커프 법칙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전화나 인터넷 같은 통신서비스는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메신저서비스, 포털과 동영상, 음악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디지털서비스에는 예외 없이 네트워크 효과가 위력을 발휘한다. 많은 사람이 이용할수록 서비스의 효용은 커지고 이용의 만족도도 높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가치의 증가는 다시 사람들의 네트워크 참여를 유도하는 요인이 된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높은 성장률과 이익을 올리는 기업들은 모두 네트워크 효과의 덕을 톡톡히 보는 곳이다. 흔히 ‘팡’(FANG)이라고 부르는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가 그렇고 공유서비스의 대명사처럼 돼 버린 우버나 에어비앤비도 네트워크 효과 덕분에 초고속 성장을 했다.

문제는 네트워크 효과가 너무 강력해 한번 구축되면 여간해선 깨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목들이 빽빽한 숲을 이룬 곳에는 새로운 나무가 자라나기 어려운 것처럼 아무리 서비스가 훌륭해도 이미 기업들이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구축한 분야에서는 새로운 기업들이 함께 어깨를 겨루며 경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과 대등하게 경쟁하기 어렵고 그저 이들 기업이 펼쳐놓은 기업들이 마당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데 만족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금의 디지털 자이언트들은 많은 사람의 서비스 이용과 참여를 기반으로 성장했는데 새로운 기업들은 그런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처럼 꽉 짜인 네트워크 틀에서 탈피, 새로운 경쟁의 규칙이 만들 희망이 제시됐다.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 경제가 기존 기업들이 구축해놓은 멧커프 법칙의 높은 담장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참여하고 방향을 정하는 분산형 플랫폼을 통해 세계적 IT(정보기술) 기업들이 공들여 구축해놓은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게 됐다. 암호화폐는 이용자들의 참여를 통해 거둔 성과나 이익을 함께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통로를 제시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새로운 기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기대를 걸고 열광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 물론 이 같은 도전과 실험이 성공할지,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과 시도가 이뤄지는 것만으로도 거대 글로벌 기업들만의 경쟁이 되고 있는 디지털 경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베스트 클릭

  1. 1 [단독]베트남 고속도로 200억 물린 롯데·포스코, 보상금 100억 물어줄 판…2심도 패소
  2. 2 "아무리 비싸도 5000원!"…대형마트 속 830평 떡하니 차지한 매장
  3. 3 내년부터 5월 15일 '세종대왕 나신 날' 국가 기념일로 지정한다
  4. 4 로버트 할리, 마약·성정체성 논란 언급…"아내와 대화 원치 않아"
  5. 5 '더글로리 송혜교 엄마' 배우 박지아, 뇌출혈로 사망…향년 52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