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O.N.G.M.I’로 본 컬링의 '성공 경제학'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이영민 기자, 강주헌 기자, 정한결 기자 | 2018.02.25 16:50

Yelling(구호)부터 Initiative(주도권)까지 7개 키워드로 한국 여자 컬링의 새 역사 써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 주장 김은정의 '비범한' 모습에 전 세계가 열광했다. 김은정은 동그랗고 큰 뿔테 안경 속에서 뿜어내는 카리스마 때문에 '안경선배'라 불린다. /강릉(강원)=김창현 기자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린 17일간의 열전 내내 대한민국을 행복하게 만든 종목은 여자 컬링이다. 가장 재미없을 것으로 여겼던 종목이 9승 2패라는 놀라운 전적에 은메달까지 획득한 성과로 이어지면서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컬링 열풍’에 빠졌다.

치밀한 전술부터 인상 깊은 선수의 무표정까지 다양한 매력을 안겨준 경기마다 우리는 선수들과 함께 ‘영미’를 외치며 환호했다. 가족이 아닌 팀 구성이 보여준 단합, 합리적 전술이 만들어낸 통쾌한 승리, 흔들리지 않는 감정 등에서 나타난 성공 방정식에는 ‘영미’라는 키워드가 존재했다. 이젠 세계인도 술술 읊는 ‘Y.E.O.N.G.M.I’라는 7개 단어를 통해 ‘컬링의 성공 경제학’을 짚어봤다.

①Yelling(구호)=주장 김은정이 경기 중 가장 많이 '외치는' 단어는 '영미'다. 김은정은 스윕(빗자루로 빙판을 닦아라)·헐(더 빨리 스윕해라)·업(스윕을 멈춰라) 등 컬링 용어를 '영미'라는 구호 하나로 대신한다. 상대 팀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마법의 주문으로 소통하는 것.

남들과 다른 특별한 구호로 팀 컬러를 브랜드화하는 이미지 구축은 이 팀을 특별한 존재로 돋보이게 했다. 특별한 소통에서 오는 독창적인 기업 문화는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②Extraordinary(비범)=컬링 열풍은 주장 김은정의 '비범한' 모습이 한몫했다. 동그랗고 큰 뿔테 안경 속에서 뿜어내는 카리스마 때문에 '안경선배'라 불린다. 엄청난 파워를 갖고 있지만 일상 속에서는 뿔테 안경을 쓰며 평범한 모습을 한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 클라크 켄트를 닮았다는 얘기도 듣는다.

세계적인 광고회사 사치앤사치(Saatchi & Saatchi) 최고경영자(CEO) 케빈 로버츠는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뛰어난 '브랜드'가 필요하고 개인도 자신만의 '상징'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들과 차별화된 자신만의 컬러가 있어 성공을 담보한다는 것이다. 최고의 기업이 고객의 가슴에 '사랑처럼 깊은 자국'을 남겨 이성을 넘어선 충성심을 이끌어내는 마케팅 전략이다. 주장 김은정의 차별화된, 넘치는 '개성'이 경기 내내 화제를 일으키며 대중의 호기심을 극대화했다.

한국 여자컬링 대표팀은 자로 잰 듯 '확실한' 방법을 좇아 실리적으로 점수를 얻어냈다. /강릉(강원)=김창현 기자

③Obvious(확실)=한국 여자컬링 대표팀은 자로 잰 듯 '확실한' 방법을 좇아 실리적으로 점수를 얻어냈다. 20일 미국전 2-3으로 뒤진 5엔드. 한국의 마지막 투구는 미국 가드를 밖으로 밀어내고 한국 스톤을 맞혔다. 반작용으로 밀려난 한국 스톤이 하우스 중앙과 가장 근접한 미국 스톤을 밀어내는 '쓰리쿠션' 샷으로 한국은 4점을 따냈다. 모험일 수 있었지만 이 역시 정확한 계산을 통해 샷을 성공시킨 사례다.

세계랭킹 8위 한국이 1~7위 팀을 모두 꺾은 비결인 '정확한 샷'의 바탕에는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실수를 줄이려는 노력이 있었다. 이는 기업이 완벽에 가까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불량 제로'를 추구하는 전략인 ‘식스시그마’에 비견될 수 있다. 막대한 비용 투자로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기보단 직원들의 노력으로 결함이 없는 제대로 된 제품을 생산하면 오히려 비용이 절감되는 논리다.

④Neutral(무동요)=컬링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승패를 가른다. 한국팀은 실수가 나오더라도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주장 김은정은 '빙판의 돌부처'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표정 변화가 없다. 한국팀은 경기 내내 평정심 유지를 위해 휴대전화를 자진 반납하고 외부와 연락을 차단했다.


평정심 유지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도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조직이 위기를 마주했을 때 리더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면 구성원들이 동요할 수 있다. 독일의 경제학자 홀름 프리베는 “성급한 열정에 휘둘리지 말고 평정심과 여유를 찾아야 장기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자 컬링 대표팀이 스웨덴과 결승전에서 작전 회의를 갖고 있다. 주장인 김은정, 바이스 김영미는 물론 다른 멤버들도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며 작전을 세운다. /강릉(강원)=김창현 기자

⑤Groupthinking(집단지성)='팀킴'의 경기에서는 집단지성이 빛을 발한다. 스킵인 김은정, 바이스 김영미는 물론, 다른 멤버들도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며 작전을 세운다. 과감한 샷이 필요할 때는 독단적인 결정이 아닌 서로의 의견을 구한다. 의견 충돌은 있지만 각자 판단을 존중하며 부드러운 언어로 설득의 장이 펼쳐진다. 구수한 정감의 사투리를 듣다 보면 가족이 아닌데도 가족보다 더 단합된 지성의 힘을 느낄 수 있다.

기업 경영도 집단지성의 힘을 중시한다. 애플의 경우도 스티브 잡스가 독선적 리더에서 집단지성을 중시하는 리더로 변모했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각 분야 전문가와 의견 조율을 통해 기업의 비전을 제시한 애플은 승승장구했다.

⑥Moving(감동)=전 세계가 '팀킴'에 열광한 데는 이들이 주는 '감동'도 한몫한다. 인구 5만 4000여 명의 작은 도시에서 한 고등학교 출신 선수들이 불모지의 어려움을 딛고 세계 강호를 잇따라 제압한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더불어 스킵(주장) 김은정이 무거운 책임감에 컬링을 포기하려다 주위의 도움으로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 사연은 감동을 더한다.

국내 한 기업이 20년의 사회공헌, 98.84%에 이르는 정규직 비율 등 고객에게 선사한 감동으로 성공신화를 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불모지의 어려움을 딛고 세계 강호를 잇따라 제압한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더불어 주장 김은정이 무거운 책임감에 컬링을 포기하려다 주위의 도움으로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 사연은 감동을 더한다. /강릉(강원)=김창현 기자

⑦Initiative(주도권)=‘팀킴’은 '주도권'을 잃지 않고 기선을 제압한다. 공격할 땐 과감하게 더블 테이크아웃을 감행해 하나의 굴러온 돌로 여러 개의 박힌 돌을 빼내며 게임을 주도한다. 수비할 때는 다른 스톤 뒤에 숨거나, 상대가 한 번에 자신의 모든 스톤을 쳐낼 수 없게 스톤을 분산시킨다.

시장의 주도권을 쥔 자가 살아남는 경제 논리와 닮았다. 전기차 회사 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가 성공한 비결이기도 하다. 머스크는 친환경으로 주목받는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어 기존의 석유 자동차 시장을 위협하며 자율자동차 등의 혁신을 이끄는 선두주자다. 결국 시장 주도권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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