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성희롱 신고 도운 경찰, "2차 피해 극심" 병가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 2018.02.26 05:00

거센 미투 바람, 경찰에선…"보고서까지 작성, 내부고발자로 찍혀", 경남청 "조사중"

김해 모 경찰서에서 A 경위에 대한 여론과 동향을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문서. /사진제공=독자제보

"후배의 성 비위 피해 신고를 도왔다는 이유로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경이 동료들로부터 받은 2차 피해를 이유로 한 달 간 병가를 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성폭력 피해를 공개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는 뜻) 바람이 불고 있지만 공직 사회에서는 여전히 내부고발에 부정적 인식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경남지방경찰청 소속 A 경위(여·45)는 자신의 내부 고발로 받은 2차 피해를 이유로 19일부터 한 달 간 병가를 냈다. A 경위는 스트레스에 대한 급성 반응, 혼합형 불안·우울형 장애 등의 진단서를 제출했다.

A 경위는 지난달 초 경남 김해서부경찰서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성희롱을 당한 후배에게 상담 절차를 조언하고 소속 지구대장에게 이를 알렸다가 내부고발자로 찍혀 음해성 소문에 시달렸고 다른 경찰서로 발령됐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이달 14일에는 A 경위가 현재 소속된 경찰서 청문감사실에서 A 경위에 대한 부정적 여론 등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공개되기도 했다. '경찰서 직원 여론'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는 해당 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A 경위가 반성은 하지 않고 자기주장만 한다", "이제 그만해도 될 텐데 경찰서 이미지만 나빠졌다"고 비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A 경위가 동료 경찰에게 한 얘기 등 A 경위를 사찰한 정황도 담겨 있다.

A 경위는 취재진에게 "해당 여론보고서 내용은 우리서 감사실 관계자가 경남청에 보내려던 것을 실수로 내게 전송하면서 알게 됐다"며 "내가 동료에게 한 말이 문서로까지 작성된 걸 보고 정신적 충격이 너무 커 병가를 냈다"고 말했다. A 경위는 또 "작성을 지시한 경남청 관계자와 문서를 만든 경찰서 관계자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고 말했다.


경남청은 문건 작성 경위를 밝히지 않았다. 경남청 관계자는 "진상조사 TF(태스크포스) 팀을 만들어 해당 사안을 조사 중이니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이어 "문건 작성 관계자 2명은 설 연휴 직후 문책 차원에서 다른 경찰서로 발령이 났다"고 말했다. 본지는 문건을 작성한 해당 관계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A 경위가 후배의 성희롱 피해 신고를 도와준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2차 피해에 노출된 정황은 경찰청 감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경찰청 감사관실은 경남청 요구에 따라 지난달 중순부터 한 달 간 A 경위가 1인 시위에서 주장한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했다.

경찰청 감사관실이 이재정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감사 내용 요약본에 따르면 A 경위가 소속됐던 김해서부서의 감찰·중간관리자들은 성희롱 가해자에게 피해자와 A 경위의 신분을 노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감사관실은 "평소 미워하던 가해자를 타서로 보내기 위해 성희롱을 조작했다", "피해자가 본서에 들어가려고 A 경위와 짜고 작전을 짰다" 등 소문이 퍼졌지만 김해서부서 감찰관실은 이를 알고도 방치 했다고 봤다.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3. 3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4. 4 갑자기 '쾅', 피 냄새 진동…"대리기사가 로드킬"
  5. 5 '돌싱'이라던 남편의 거짓말…출산 앞두고 '상간 소송'당한 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