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로 돌아간 中 인터넷 기업이 대박친 비결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 2018.02.23 15:23

온라인 여성 의류 브랜드 '인만'…오프라인 진출 매출 급성장 '온·오프 지렛대 효과'
전자상거래 덜 발달한 중소도시 공략…온·오프 가격 통일, 위챗페이 도입 전략 성공

중국 유명 여성 전문 브랜드 인만 매장. /사진=인만

미국, 한국 등의 의류 하청업체였던 중국 후이메이패션(匯美時尙)은 전자상거래 발달을 이용해 자체 의류 브랜드 인만(茵曼)을 키워냈다. 알리바바가 2008년 온라인 쇼핑몰 티몰(Tmall)을 시작할 때부터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온라인 여성 전문 브랜드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 알리바바가 2014년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할 때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았을 정도다.

순조롭게 성장하던 인만의 팡젠화 회장은 2015년 중반 업계를 놀라게 한 결정을 내린다. '온라인 온리'(online only) 전략을 버리고 오프라인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그해 광저우에 1호 매장을 열고, 1000개 도시에 1만개 매장을 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만 브랜드를 만든 팡젠화 후이메이패션 회장. /사진=후이메이패션
당시 인만이 온-오프 동시 전략을 구상한 계기는 온라인 판매가 경쟁 심화로 한계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유니클로, 베로모다, 갭 등 글로벌 브랜드가 온라인 부문을 강화하면서 경쟁이 격화됐다. 광고비용도 크게 올라 운영비용이 저렴하다는 온라인 사업의 강점도 희석됐다.

이때 팡 회장의 눈에 들어온 것이 물류 인프라(기반시설) 부족과 고령 인구 등으로 전자상거래가 크게 발달하지 못한 중국의 소도시였다. 팡 회장은 이들 지역에서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매장의 승산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이들이 오프라인 진출이 망하는 길이라고 말렸지만, 전통적인 소매시장이 발전한 미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소매점이 상대적으로 새로운 사업이며 아직 기회가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인만은 후발 주자로서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했다. 우선 가맹비를 받지 않았다. 가맹점에 재고도 떠넘기지 않았다. 대신 모든 매장에 전자관리시스템을 설치해 재고 및 고객 관리를 강화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가격을 통일한 것도 승부수였다. 오프라인에서 옷만 살펴보고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는 일이 없도록 한 것이다. 인만 가맹점은 어느 정도의 수익이 보장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매장을 여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어났다. 한 사람이 3~4개 매장을 운영하는 일도 일어났다.

모바일 메신저 위챗과 연동되는 위챗페이도 재빨리 도입했다. 현재 인만 매장의 위챗페이 결제 비중은 80% 이상이다. 위챗은 할인정보 제공과 신제품 소개 등 마케팅에도 유용하게 사용됐다.

팡 회장의 결정이 옳았음은 숫자로 증명된다. 지난해 인만의 온라인 매출은 39% 증가한 반면, 오프라인 매출은 300% 넘게 폭증했다. 오프라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5%로 늘었다. 매장도 450곳으로 불어났다. 팡 회장은 "인만의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앞으로 60%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샤오미가 애플의 오프라인 매장 애플스토어를 흉내 내 만든 '미 홈'(Mi Home) 매장 모습. /사진=샤오미 웹사이트

사실 중국에서 인터넷 기업이 온라인 세상을 벗어나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는 2011년 설립 이후 줄곧 온라인 온리 전략을 고집했지만, 2016년 실적이 크게 하락한 이후 적극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설립했다. 현재 애플의 애플스토어를 흉내 낸 '미홈'(Mi home)이라는 매장이 300여 곳에 이른다. 중국을 대표하는 IT 기업 알리바바와 텐센트도 백화점과 슈퍼마켓 등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WSJ는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중국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으며, 기업들이 점차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서로 지렛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운영하면 더 많은 소비자와 고객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경쟁우위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베스트 클릭

  1. 1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2. 2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불바다 된 LA, 한국인들은 총을 들었다…흑인의 분노, 왜 한인 향했나[뉴스속오늘]
  5. 5 계단 오를 때 '헉헉' 체력 줄었나 했더니…"돌연사 원인" 이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