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반응에 무뎌진 유전자가위, 해결법 찾았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18.02.23 03:00

가이드 RNA 말단 인산 제거로 효율↑… “에이즈 세포 치료법 활용 가능”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김진수 단장 연구진이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유전자 편집 기술)의 효율을 저해하는 요인을 새롭게 규명했다고 23일 밝혔다.

김진수 단장/사진=IBS
연구진에 따르면 세포에 유전자가위 주입 시 가이드 RNA(guide RNA, 이하 gRNA)의 말단 인산 그룹이 면역반응을 유발하고 세포 독성으로 인해 유전자가위의 유전자 변이 효율을 떨어뜨린다. 이 인산 그룹을 제거하면 변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김 단장 연구진의 설명이다.

유전자가위 구성요소 중 하나인 gRNA는 교정할 염기서열을 인식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유전자가위를 gRNA와 절단 효소를 복합체 형태로 제작한 뒤 세포에 주입하면 면역반응이 일어나 목적했던 유전자 변이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gRNA 말단에 붙은 인산 그룹이 외부물질로 인식돼 세포 내 면역반응이 유발되는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관련 실험을 진행한 결과, 연구진은 복합체 형태의 유전자가위가 세포에 주입되면 DDX58 면역 유도 수용체가 gRNA 말단의 인산 그룹을 외부물질로 인식해 즉각 면역체계를 발동시킴을 확인했다.

DDX58 면역 유도 수용체가 세포 사멸을 일으키는 인자인 유형 Ⅰ 인터페론(type Ⅰ interferon)을 활성화시켜 면역반응을 유발했다는 설명이다.

원인을 파악한 연구진은 gRNA 말단의 인산 그룹을 제거해 면역반응을 피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gRNA를 세포에 주입하기 전에 인산을 분해하는 효소를 처리해 외부물질로 인식될 여지를 없앤 것이다.


연구진은 인산 그룹이 제거된 gRNA와 절단 효소를 결합시켜 유전자가위 복합체 형태를 만든 뒤 이를 유전자 교정 효율이 낮다고 알려진 T 면역세포에 주입했고, 그 결과 면역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세포내 면역반응을 피해 세포사멸을 최소화하는 유전자가위 복합체 도입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연구진은 나아가 인산 그룹이 제거된 유전자가위를 T 면역세포 내 CCR5 유전자에 적용해 95% 변이 효율을 달성했다.

CCR5 유전자는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 원인 바이러스인 HIV의 수용체로 알려져 있다.

에이즈 환자의 T 면역세포의 CCR5 유전자를 제거하면 면역세포 기능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HIV 감염에는 저항성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세포 치료법의 활용이 가능하다.

이번 연구는 면역반응을 피하는 유전자가위 복합체 전달 방식을 개발해 T 면역세포의 CCR5 변이를 높은 효율로 유도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향후 T 면역세포를 몸 밖으로 꺼낸 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CCR5 유전자를 제거하고 재주입하는 방식의 에이즈 세포 치료법으로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김 단장은 “gRNA 말단의 인산 그룹을 제거하는 방식은 간단하면서도 저렴한 사전 공정으로 면역반응을 유발하지 않는 효율 높은 gRNA를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특히 에이즈 세포치료제 등 유전자가위를 사용하는 다양한 치료법에 적용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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