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이 한국GM에 빌려준 대출의 출자전환과 신차 배정 가능성에 더해 KDB산업은행(산은)의 실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정부가 대응방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당초 GM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입장이 지배적이었지만 일단 정상화 방안 실천 의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의 면담 요청에 확답을 피해왔던 산업통상자원부도 장고 끝에 백운규 장관 대신 이인호 차관이 면담에 나서기로 했다.
엥글 사장은 오는 22일 백 장관과 면담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 왔지만 산업부는 즉각적으로 응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요청으로 장관이 부산에서 열리는 청년취업박람회에 참석하려던 일정을 바꿔야 하는데다 무엇보다 GM이 한국GM에 대한 실사와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의미 있는 대화가 어렵다고 본 까닭이다.
백 장관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한국GM에 대한 지원 방안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투명한 실사가 우선돼야 한다”며 “여러 면에서 세금을 낭비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
GM은 정부에 구두로 한국GM에 빌려준 대출의 출자전환, 10년간 28억달러 투자 등을 제안하고 여기에 산은의 참여와 정부의 세제 지원 등을 요청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공식적인 제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GM의 입장이 ‘아프니 도와달라’는 수준의 포괄적인 메시지에 불과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이날 하루 종일 GM측의 면담 요청에 대한 즉답을 피해 왔다. 그러나 오후 늦게 “백 차관이 면담에 나설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GM의 협상전략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충분히 피력된데다 정부가 GM의 진정성을 판단할 핵심 잣대 중 하나인 ‘산은 실사’에 GM이 “적극 협조하겠다”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한국GM에 대해 GM과 정부간 공통의 인식 기반이 없다. 한국GM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정상화가 가능한지 먼저 공유해야 한다”며 ‘선(先)실사-후(後)지원’ 원칙을 밝혀 왔으며 그 첫 단계로 한국GM에 대한 정확한 실사를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산은과 GM이 조속한 실사 개시 의지에 공감하고 실사 범위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이룬 만큼 정부도 ‘GM을 만나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는 평가다..
다만 정부는 여전히 GM이 한국GM을 장기적으로 발전시킬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GM이 그동안 산은의 자료 제공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군산공장 폐쇄도 발표 하루 전에야 통보하는 등 우리 정부를 무시해 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GM에 대한 실사는 GM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첫 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의 대출 회수 여부도 GM의 진정성을 판단할 변수다. GM은 이미 지난달말 한국GM에 빌려준 외화차입금 3억8000만달러를 회수해 갔다. 한국GM에 빌려준 대출을 출자전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놓고 대출 일부를 회수해 갔다는 점에서 GM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게 정부 판단이다. 자본잠식에 빠져 있는 한국GM에 자금 지원을 요청해 놓고 대주주인 본사는 자금을 회수해 간 셈이기 때문이다. 한국GM은 이달말에도 7220억원의 본사 차입금 만기가 돌아오는 만큼 정부는 GM이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하고 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