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 창업자·파타고니아 전 CEO 부부, 목숨까지 바쳐 국립공원 만든 이유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 2018.02.22 08:13

"환경파괴 만든 소비문화를 부추겼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칠레 남부 파타고니아 일대 생태계공원 전경. /사진=컨서베이션파타고니아 인스타그램.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715마일(1150km) 떨어진 푸에르토 몬트. 이곳에서부터 국토 최남단 케이프 혼까지 직선거리 2700km에는 파타고니아라 불리는 광활한 생태계가 펼쳐진다. 미국 요세미티와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을 합친 크기의 3배이다.

이 파타고니아 지역은 미국의 아웃도어 1위 업체인 노스페이스 창업주 더글라스 톰킨스과 미국 아웃도어 2위 업체인 파타고니아 전 CEO이자 더글라스의 부인인 크리스틴 맥디빗 톰킨스가 칠레 정부에 남긴 유산이기도 하다.

이 부부는 파타고니아 일대에 100만에이커 규모의 국립공원 세 곳을 조성한 데 이어 지난달 말 칠레 정부와 추가로 900만에이커의 5개 국립공원 등 총 1000만에이커(4만㎢)에 달하는 초대형 국립공원을 조성하기로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 부부가 설립한 환경보호재단 톰킨스 컨저베이션과 칠레 정부는 이를 통해 4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재단은 지금까지 부부가 매입한 4000㎢ 크기의 국립공원을 칠레 정부에 기부하고, 나머지 3만6000㎢은 정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조성하기로 했다.

부인 맥디빗은 "지구를 지키고 싶다던 남편의 25여년 간의 비전이 이뤄져 매우 자랑스럽다"며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아우르는 거대한 국립공원 네트워크를 조성할 것"이라고 했다.

칠레 남부 파타고니아 일대 생태계공원 전경. /사진=컨서베이션파타고니아 인스타그램.
이 부부는 왜 자신들이 모은 전 재산을 칠레의 국립공원조성에 바치려는 것일까? 남편 더글라스 톰킨스는 어릴 때부터 암벽등산을 하며 아웃도어 스포츠의 매력에 빠졌다. 1961년 18세였던 그는 파타고니아 지역을 탐험하다 퓨마, 플라밍고, 사슴 등 동물이 아름다운 자연에 녹아들어 사는 모습에 매료됐다.

그는 21세에 알프스 3대 북벽을 로고로 노스페이스를 창업했고 25세엔 자연주의 콘셉트로 에스프리를 창업했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는 1989년부터 회사 지분을 모두 정리했고 환경운동가로 인생 후반을 바쳤다. "환경파괴로 이어지는 소비문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자책감이 들었다"는 게 그가 변신한 이유였다.

그는 파타고니아를 알게 된 지 30년이 지난 1991년이 돼서야 이곳에 첫 땅을 매입할 수 있었다. 처음엔 농장이 들어서있던 4만2000에이커(170㎢)크기의 땅을 사 자연으로 되돌려 놨다. 1994년엔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CEO였던 크리스틴 맥디빗을 만나 결혼했다.


크리스틴 맥디빗 톰킨스(왼쪽)과 더글라스 톰킨스 노스페이스 창업주(오른쪽). /사진=컨서베이션파타고니아 인스타그램.
역시 아웃도어 스포츠에 빠져있던 그녀는 15세에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창업주 이본 쉬나드를 만나 창업을 도왔다. 그렇게 첫 CEO를 맡아 20년동안 회사를 이끌며 파타고니아에 자연주의 철학을 불어넣었다.

2000년엔 그녀의 제안으로 이 부부는 생태계공원 관련 재단을 설립했고 수년에 걸쳐 그들의 첫 번째 생태공원인 푸말린 공원(70만에이커·2830㎢)을 조성했다. 이후 코르코바도 화산 근처의 20만8000에이커(840㎢) 땅을 사들여 두 번째 공원을 만들었고 칠레 정부는 이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푸말린 공원이 칠레 국가안보의 위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공원이 칠레와 아르헨티나 경계에 걸쳐있어 국가 통치권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 칠레 기업가들은 이 부부가 개인 사업을 위해 땅을 매입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부는 재산 대부분인 3억4500만달러(약 3700억원)을 공원 조성에 쏟아 부었고 그러면서 여론도 돌아섰다.

남편 더글라스는 2015년 12월 파타고니아 일대에 새 공원을 만들기 위해 탐사를 하다 카약 사고를 당해 먼저 세상을 떠났다. 당시 72세. 톰킨스 컨서베이션은 그의 사망 한 달 후 칠레 정부에 땅을 기부할 테니 더 큰 국립공원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칠레 전체 국립공원의 40%가 새로 생기는 초대형 프로젝트였고 이번에 서명이 이뤄진 것이다.

부인 맥디빗은 "자연생태계 공원은 마치 아이들 같다. 우리 부부는 여태껏 공원을 키워왔다"며 "파타고니아는 우리 부부의 영혼을 채워준 아주 특별한 곳"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틴 맥디빗 톰킨스. /사진=컨서베이션파타고니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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