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되면서 대표직을 내놓은 것이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 회장의 대표이사직을 일반 등기이사로 전환하고 부회장직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예우했다.
2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날 오후 2시 이사회를 열고 신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안을 안건으로 올려 승인했다. 신 회장이 일본 방문 당시 쓰쿠다 타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에게 "법정 구속될 경우 일본 관례와 절차에 따르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해임안이 아닌 사임안을 결의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컴플라이언스 위원회의 의견과 당사 경영 방향 등에 대한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 신 회장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며 "기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 직함은 앞으로 이사 부회장으로 변경된다"고 밝혔다.
한국에선 기업 경영자가 기소돼 재판을 받더라도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난 이후 거취를 결정하지만 일본은 구속되는 즉시 대표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관례다. 기소율이 낮은 대신 최종 유죄판결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한국과 다르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은 총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신 회장을 비롯해 쓰쿠다 타카유키 대표이사(사장), 고바야시 마사모토, 카와이 카츠미, 아라카와 나오유키, 고쵸 에이이치 등 사내 임원 6명과 사사키 토모코, 미타치 타카시 등 사외이사 2명 등이다.
구속 상태인 신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이 이날 이사회에 참석했다. 이번 이사회는 신 회장 구속 전 이미 날짜가 잡혀 있었던 것으로 당초 계획에 없던 신 회장의 거취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하느라 3시간 가까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일본 롯데 경영진에게 한국과 일본의 사법체계 차이점 등을 최대한 설명했지만 관례와 신 회장 의사를 반영해 결정한 것 같다"며 "(신 회장이) 다행히 이사회 멤버 지위를 유지 했지만 한일 롯데의 협력관계는 당분간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율이 1.4%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쓰쿠다 사장 등 경영진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한일 롯데 수장으로 통합 경영해 왔다. 하지만 신 회장이 자리를 비우면서 일본 롯데홀딩스의 행보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지주사를 출범했지만 91개 계열사 가운데 호텔롯데·롯데물산·롯데케미칼 등 40개는 여전히 일본 롯데 지배구조 아래 있다. 특히 이들 계열사 지배구조의 최상위에 있는 호텔롯데의 경우 일본 롯데홀딩스와 일본 L1~L12투자회사가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직후 신 회장이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를 추진한 것도 한국과 일본 롯데 경영을 분리하고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면세점 실적이 악화되면서 호텔롯데 상장 작업은 올스톱 됐다.
한편 롯데지주도 오는 27일 총수 부재 상황에서 첫 주주총회를 연다. 이날 핵심 안건은 롯데지알에스·롯데상사·롯데로지스틱스·한국후지필름·대홍기획·롯데아이티테크 등 6개 비상장 계열사 흡수합병에 관한 것이다. 의결권 있는 주주 3분의 2 이상이 출석해 발생주식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승인이 된다. 롯데 측은 신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하면 43.88%에 달하는 만큼 안건이 무난하게 처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은 0.23%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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