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인상하면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지는 역설적인 현상을 설명해 드릴까 합니다. 과거에도 한 번 다룬 것 같습니다만, 그 현상은 위 그래프에 뚜렷하게 잘 나타나 있습니다.,
위 그래프는 지난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상황입니다. 2005년 12월 ECB가 정책금리를 인상하자 유로화 가치가 뛰어 오르기 시작합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해당 통화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니 그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당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역시 벌써부터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는 유럽보다 더 빨랐지만, 달러는 유로화에 대해 하락했습니다. 외환시장에 ECB 긴축이라는 새로운 재료가 반영되었던 결과였죠. 미국보다 늦게 시작한 긴축이니 미국보다 더 훗날까지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도 반영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달러는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래서 유가는 본격적으로 뛰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ECB의 금리인상은 물가상승률을 더 높이는 결과를 낳았던 것입니다.
10여년 전의 일과 거의 똑 같은 현상이 지금 글로벌 외환시장과 원유시장을 거쳐 실물경제에 작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달러화 약세는 ECB도 부양정책 철회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기인한 바 작지 않은데, 이로 인해 유가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국채 수익률이 뛰고 있는 것이죠.
ECB 긴축이 야기하는 달러의 상대적 약세는 유로화 뿐 아니라 여타 통화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원화의 강세, 달러-원 환율의 하락세 역시 지난 2000년대의 데자뷔라 할 만하죠. 당시의 양상은 아래 그래프와 같습니다.
ECB가 금리인상을 개시하자 달러-원 환율이 1000원선 아래로 뚝 떨어지고 맙니다. ECB 긴축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자 환율은 반등하기 시작합니다. ECB의 마지막 금리인상이 이뤄지자 환율은 폭등세를 탔습니다. ECB 통화정책이 글로벌 달러가치에 영향을 미쳐 원화 환율에까지 파급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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