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인으로 살기 힘들다"…10대도 탈모 스트레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 2018.02.20 05:25
/사진= 이미지투데이
#2년차 직장인 조모씨(27)는 요즘 갑작스럽게 머리가 빠져 고민이다. 한 번 머리를 감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수십가닥씩 빠지는 것을 느낀다. 조씨의 탈모는 과중한 업무와 연이은 술자리 때문. 상사의 한 마디를 들을 때마다 받는 스트레스도 주요 원인이다.

취업 탈락 만큼 청년들이 두려워하는 새로운 탈락 스트레스가 생겨나고 있다. 바로 '모발 탈락'이다. 아저씨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탈모가 청년층에도 일찌감치 찾아오고 있다.

19일 대한탈모치료학회에 따르면 국내 탈모 인구는 약 1000만명에 달한다. 5명 중 1명이 탈모를 겪고 있다.

특히 20~30대 탈모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탈모증 진료를 받은 환자 중 20~30대 비중이 전체의 40%가 넘었다. 10대 이하의 연령도 전체의 10%가 넘을 정도로 청년층의 탈모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통상 40대가 지나야 나타났던 탈모가 젊은층을 습격하는 원인은 '스트레스'다.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이유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청년층의 탈모를 유발하는 주범이다. 스트레스가 급격히 쌓이면 모낭조직의 신호 전달 체계가 무너져 모낭 세포의 움직임이 둔화되는데, 모발의 성장이 멈춰 탈모가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닐슨코리아가 '25~45세 사이 한국인 남성 8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탈모인의 절반이 30세 이전에 탈모가 시작됐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탈모의 원인으로 '유전적 원인'보다 '스트레스'를 꼽았다. 취업도 어렵고 직장 생활의 업무 스트레스도 과중한 데다 탈모가 발생해도 이를 치료할 충분한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성 탈모가 발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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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2030의 탈모가 그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외모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탈모증을 겪는 청년층은 탈모 스트레스로 인한 자신감 위축으로 이어진다. 심하면 대인기피증세나 우울증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탈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대다모(대머리는 다 모여라)'의 '19세-23세까지의 이른탈모 소모임'에서는 "탈모 때문에 죽고싶다", "탈모인으로 살기 힘들다" 등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탈모가 취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건물 시설관리 업체에 지원한 A씨는 대머리라서 입사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2016년 한 호텔의 단기 아르바이트에 지원한 B씨는 출근 당일 B씨가 대머리임을 확인한 채용 담당자에 의해 근무가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대다모'에서 활동하는 한 누리꾼은 기업 최종면접에서 "가발 쓰고 일할 의지가 있냐" 등의 질문을 듣고 충격을 받아 탈모약을 섭취하려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취업 스트레스로 탈모를 겪는 사람들이 탈모로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연애나 결혼에 있어서도 청년층을 괴롭힌다. 지난해 결혼정보회사 '바로연'이 미혼남녀회원 103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들이 소개팅 자리에서 기피하고 싶은 이성으로 대머리가 뽑혔다.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대한민국 20~30대 여성의 탈모 남성에 관한 태도 조사 보고서'에서도 응답자 중 61%가 '교제 중인 이성에게 탈모가 있다면 결혼이 꺼려질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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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탈모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는 청년들은 탈모를 멈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모발 이식과 탈모약 '프로페시아' 복용이다.

하지만 모발 이식의 경우 비싼 가격에 취업을 준비하거나 직장 초년생이 대부분인 청년층에게 경제적 부담이 크다. '프로페시아'의 경우도 비급여 약품이라 매달 5~7만원 가량 하기 때문에 부담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층은 다양한 민간요법을 찾아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페시아'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프로페시아와 성분이 같은 전립선 비대증 약 '프로스카'를 처방받아 쪼개 먹는 식이다. 그렇지만 이처럼 검증되지 않은 방법을 사용할 경우 각종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이에 대한탈모치료학회는 예방부터 힘쓰되 증세를 자각하게 되면 전문가를 찾아 올바른 정보를 접하고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취미생활 △과음과 흡연 자제 등이 탈모 예방에 중요하다고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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