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구조조정하는 日조선업...조용히 왕좌 오른 이마바리조선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 2018.02.19 15:14

모든 것이 투표로 이뤄지는 오너 경영체제...업계 자율 구조조정 주도하며, 도움 필요한 회사에 손길도

이마바리조선 조선소 전경. /사진=Henry Lawford.

"이마바리조선은 이름과 존재감에서 모두 일본 조선업계 왕좌에 올랐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일본 조선업 1위 업체인 이마바리조선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이마바리조선이 조선업 자율 구조조정을 주도하며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금융논리냐, 산업논리냐 팽팽한 여론으로 반년넘게 표류하는 한국 조선업 구조조정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10센트 투자해 1달러 벌자"는 철학
지난해 봄 미츠이OSK와 미츠이 E&S는 이마바리조선에 양사가 보유 중인 미나미닛폰조선 지분 49%를 인수 해달라고 타진했다. 반년넘게 사업 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답이 나왔다. 일본 서쪽 세토 내해에 위치한 이마바리조선과 남부에 위치한 미나미닛폰조선소간 거리가 멀어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오너 3세이자 CEO(최고경영자)인 유키토 히가키는 "10센트를 쓰고 1달러를 벌자"며 인수를 결정했다.

미츠이OSK는 이마바리조선에겐 선박을 발주해주는 선주였고, 미츠이E&S는 선박 엔진 제조회사였기 때문에 이들의 골칫덩이를 받아주고 더 큰 이득을 취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지난해 3월에는 미츠비시 중공업이 SOS를 타진했다. 이마바리조선과 철강재를 공동구매하자는 것이었다. 이마바리조선은 도요타자동차에 이어 일본에서 철강재 구입 2위로 막강한 구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매구매를 통해 매입가격을 낮추자는 것이다. 별로 득이 될 것 없었지만 이 요청 역시 받아줬다.

이마바리조선은 일본 조선업계에서 혼자 사세를 확장하는 중이다. 2016년 기준 미츠비시 중공업의 6배, 미츠이 엔지니어링의 7배에 달하는 선박을 건조했다. 매출도 3734억엔(약 3조75000억원)을 기록, 전세계 기준으론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의 뒤를 이은 4위를 기록했다.

2016년 21% 수준이던 일본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0%에 근접했다. 지난해 6월 일본 조선업계 처음으로 2만TEU급 컨테이너선 건조를 마치기도 했다.

◇모든 의사결정은 투표로...분쟁 없는 오너기업

이마바리 조선은 히가키 일가가 소유한 오너기업이다.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가족만 20여명. 장자 경영승계의 전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여태껏 단 한번도 경영권 분쟁을 겪은 적이 없다. 모든 의사 결정이 투표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1992년에는 쇼이치 창업주의 3남인 토시유키가 첫째 형에 이어 사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이후 사장을 맡았던 막내 동생이 2005년 사망하자, 현 CEO인 유키토가 오너 3세중 첫번째로 사장에 부임했다.

독특한건 히가키 일가의 명함엔 이름 옆 숫자 두자리가 새겨져 있다.

첫번째 숫자는 명함 소유자의 아버지가 창업주 쇼이치 히가키의 몇번째 자식인지를 나타낸다. 두번째 자리는 명함 소유자가 몇 번째 자식인지를 가리킨다. 유키토 히가키 CEO의 코드명은 '3-1'이다. 아버지가 창업주의 3남이며, 자신은 장남이라는 뜻.

오너경영 체제는 과감한 인수 결단을 내리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2005년 유키토 CEO 부임이후 이마바리조선에 합류한 조선소만해도 4~5곳 가량이다. 지난해엔 2만2000TEU(컨테이너의 단위, TEU당 20피트 컨테이너 1대를 말함)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할 수 있는 도크도 완공했다.

이마바리조선은 자회사이자 선주사인 쇼에이키센과의 협력관계에서 빛을 발한다. 쇼에이 키센이 이마바리조선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대형선사와 장기용선계약을 체결하면, 다시 이마바리조선에 선박을 발주한다. 쇼에이키센은 세계 최초로 2만TEU급 컨테이너선을 이마바리조선에 발주하기도 했다. 최근 선박시장 침체로 대형선사들이 발주를 꺼리고 용선 계약을 늘리자 쇼에이키센이 현금창출원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한 것.

일본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마바리조선이 조선업 구조조정과 각사의 생존여부 마저 모두 결정하고 있다"며 "미츠이나 미츠비시 등 이름만 다른 회사일뿐 사실상 이마바리의 그늘 아래서 생존 하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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