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조 운용하는 국민연금 CIO…모두가 기피하는 4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 2018.02.19 15:17

현직 대비 반토막 연봉·단기근무·재취업 불가·취약한 독립성 등 거론

"할 만한 인재들은 모두 고사한다고 하고…"

한 자산운용사 CIO(최고운용책임자)가 최근 A운용사 대표와 오찬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에 나서 달라며 이렇게 '부탁'했다고 한다.

그는 "국민연금 CIO 자리에 자본시장업계를 은퇴했거나 퇴임을 앞둔 인사들이 자신의 노후 수단으로 삼으려고 하거나 심지어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절실함 때문"이라고 말했다.

62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을 굴려야 하는 기금운용본부장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중량감 있는 현직 자산운용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하지만 인선이 쉽지 않다. 적임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고사하고 있어서다. 기금운용본부장이 7개월째 공석인 이유다.

업계에서 정평이 난 굵직한 인사들이 국민연금 CIO를 기피하는 원인은 크게 4가지다. 우선 △현직에 비해 반토막 수준인 연봉(3억원 수준) △임기 2년(1년 연임 가능)에 불과한 단기 근무 △퇴임 후 3년간 금융 유관업종 재취업 금지 규정 △외압에 자유롭지 못한 기금운용의 취약한 독립성 등이 공통분모로 꼽힌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부적에서 복수의 현직 대표나 CIO급 펀드매니저를 추천한 뒤 해당 인사를 상대로 지원 의사를 간접적으로 타진했으나 이같은 이유로 상당수가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업계를 떠난 일부 인사들이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커 국민연금으로선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잘해도 본전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2~3년간 맡으려고 재취업도 힘든 현직을 버리며 나설 인재들이 많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 시각이 다수다.

전직 연기금 CIO 출신인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지금의 구조에선 국민의 노후를 책임진다는 사명감 하나만으로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형 IB(투자은행)에서 근무하다 30년 넘게 예일대 기금 운용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스웬슨이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건 그에 합당한 예우, 권한, 독립성을 보장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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