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대통령'의 굴욕…7개월만에 이뤄진 공모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 2018.02.19 10:57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공모 나서…정치적 부담 커지면서 유력 지원자 많지 않아

전북 전주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 전경 /사진제공=국민연금공단
'자본시장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 공모가 시작됐다.

기금 약 620조원을 굴리는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본부장이 자진사퇴한 이후 7개월 동안 공석이었다. 기금운용본부장을 둘러싼 우여곡절을 반영하듯 선뜻 나서는 이도 많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공개모집을 시작했다고 19일 밝혔다. 공모 기간은 이날부터 다음달 5일까지다. 기금운용본부장의 임기는 2년이다. 성과에 따라 1년 연임도 가능하다.

기금운용본부장은 다른 임원과 다른 지위를 가진다. 국민연금공단 경영진은 이사장, 기금이사, 기획이사, 연금이사, 복지이사로 구성된다. 기금이사는 1999년 출범한 기금운용본부의 수장이다. 기금이사를 통상 기금운용본부장으로 부른다.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 기금을 굴린다. 국민연금 기금의 적립금은 지난해 12월 기준 617조원이다. 이 중 국내주식에만 130조원을 투자한다. 기금운용본부는 자본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했다. 본부장을 하려는 사람도 많았다.

외풍도 적지 않았다. 역대 기금운용본부장은 총 7명이었다. 초기에는 모든 기금운용본부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연임을 포함해 3년 임기를 채운 기금운용본부장은 조국준(2대), 이찬우(5대) 전 본부장밖에 없었다.

기금운용본부장이 요직으로 꼽히면서 정권의 운명과 궤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았았다. 특히 홍완선(6대) 전 본부장은 연임 과정에서 이사장과 갈등을 빚고 물러났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도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다.


2016년 임명 당시부터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던 강면욱(7대) 전 본부장은 지난해 7월 자진사퇴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고교·대학 후배인 강 전 본부장은 2년 임기조차 채우지 못한 최초의 기금운용본부장으로 기록됐다.

강 전 본부장이 물러난 이후 후임자를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눈높이에 맞는 인물 중 나서는 이들이 유독 없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적임자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기금운용본부장은 업계 평균보다 낮은 연봉과 공직자 취업제한 규제의 적용을 받아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본부가 전북 전주로 이전한 것 역시 지원을 꺼리는 요소다. 여기에 정치적 리스크까지 커졌다.

그럼에도 국민연금공단이 기금운용본부장 공모를 시작한 것은 후임자의 윤곽이 어느 정도 잡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금운용본부장은 추천위원회의 추천, 복지부 장관의 승인, 이사장의 임명 절차를 밟는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국민 노후를 위해 일한다는 소명의식과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겸비한 인재를 선발할 것"이라며 "역량 있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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