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일가의 손자와 연예인 아들이 연루된 학교폭력 사안을 은폐한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던 숭의초등학교 교장·교감 등 3명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넘겨졌다. 학교폭력 은폐 의혹은 무혐의였지만 대기업 총수 일가 손자의 학부모에게 무단으로 회의록을 유출한 혐의다.
문제가 된 교장과 교감 등은 보직에서 물러나 다음 달부터 담임교사로 근무한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중부경찰서는 지난달 중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비밀유지의무) 위반 혐의로 A 전 숭의초 교장(55)과 B 전 교감(50), C 생활부장(39)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지난해 7월 서울시교육청은 대기업 총수 손자와 연예인 아들 등이 가해자로 지목된 숭의초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숭의학원에 당시 A 교장과 B 교감, C 생활부장, 피·가해 학생의 담임 D 교사(49) 등 4명을 징계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형법(업무방해)과 학폭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시교육청이 수사를 의뢰한 두 가지 혐의 중 교장과 교감, 생활부장이 학폭법(비밀유지의무)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C 부장이 비밀유지의무를 어겼고 교장과 교감은 관리 감독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 것이다.
C 부장은 가해 학생으로 지목된 대기업 일가 손자의 학부모에게 1·2차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회의록을 사진 찍어 문자로 전송했다. 당시 학폭위는 두 번에 나눠 진행됐는데 1차 학폭위 때 해당 손자는 가해자로 포함되지도 않았다. 회의록을 전송받은 학부모는 당사자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문서까지 본 셈이다.
학폭법 21조에 따르면 자치위원회 회의 내용은 원칙적으로 비공개이며 피·가해학생 보호자가 공개를 신청하면 회의록에 기입된 이름 등 개인정보를 제외하고 공개해야 한다. 지난해 시교육청은 감사보고서에서 "설사 당사자의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허용된다 할지라도 C 부장은 학교의 보고계통에 따라 교감과 교장에게 보고(결재)를 한 뒤 제공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고의성은 부인했다. 특히 C 부장은 "2차 학폭위에는 해당 손자가 가해자로 포함돼있어 회의록 공개가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학교폭력 은폐 의혹으로 문제가 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결론냈다. 시교육청은 숭의초 교사들이 학교폭력 사건을 은폐하려던 정황이 발견됐다며 업무방해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교육청은 담임인 D 교사가 초기에 받아둔 학생 진술서 18장 중 6장이 누락됐고 피해 학부모의 문제 제기에도 1차 학폭위에서는 대기업 일가 손자가 가해자에 포함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꼽았다.
경찰 수사에서 피의자들은 은폐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폭력 사건 당시 해당 손자와 함께 있었다는 청소년지도사 등의 증언을 종합할 때 문제의 현장에는 손자가 없었다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A씨와 B씨는 교장과 교감직을 사퇴했고 다음 달 새 학기부터 담임교사로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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