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40% 보장' 고수익 미끼 가상통화 폰지사기 사건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 2018.02.18 08:00

[행동재무학]<209>가상통화 금융사기 기승…‘호갱’ 되지 않으려면

편집자주 |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가상통화에 투자하면 월 최대 40%+α 수익을 보장해 드립니다.”

누군가 고수익을 보장하며 투자자를 모집한다면 일단 의심부터 해봐야 합니다. 특히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매월 수십 퍼센트의 고수익을 벌 수 있다고 한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금융사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사람들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말에 쉽게 현혹됩니다. 단기간에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이 이런 금융사기의 '호갱'이 되기 싶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미국에서 버니 매도프(Bernie Madoff)란 인물이 수십년 간 거액의 폰지(Ponzi)사기를 벌여왔다는 사실이 들통났습니다. 매도프는 나스닥(Nasdaq) 거래소의 이사회 의장까지 역임한 월가의 거물이어서 세상 사람들은 더욱 놀랐습니다. 결국 매도프는 사기죄로 150년 징역형에 1700억 달러(187조원)의 배상금을 선고받았습니다.

폰지사기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주는 금융사기 수법으로 다단계 사기라고도 부릅니다. 실제 투자를 하지 않고 고객에게 받은 자금 중 일부를 다른 고객에게 지급해 고객의 신뢰를 얻은 후 입소문을 듣고 거금이 모이면 그 돈을 빼돌리지요.

최근 가상통화 열풍이 불면서 고수익 미끼를 내건 가상통화 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비트코인은 1300%가 넘게 올랐고, 이더리움은 8700% 이상 급등했습니다. 리플은 은행간 송금에 이용된다는 루머로 지난해에만 3만5000%가 폭등했고요.

그러나 가상통화는 하루에도 10% 이상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할 정도로 가격 변동성이 극심해 매매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오히려 손실을 볼 위험이 큽니다. 또한 가상통화 가격이 너무 올라서 이른바 ‘상투’를 잡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상통화 투자로 매월 수십 퍼센트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투자 광고가 나오면 누구나 귀가 솔깃해지기 마련입니다.

최근 오스트리아에서 비트코인 다단계 사기가 발생해 유럽 전역에서 약 1만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습니다. 오스트리아 투자회사 옵티오먼트(Optioment)는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비트코인 1만2000개를 빼돌려 해외로 달아났습니다. 피해금액이 16일 기준으로 약 1300억원에 달합니다.

옵티오먼트는 코스타리카에 기반을 둔 비트코인 펀드를 통해 3만5000여개의 비트코인을 운용한다고 광고하면서 투자자를 모집했습니다. 이들은 매주 최대 4%의 수익률을 약속하며 투자자들로부터 비트코인을 투자 받았습니다.

또한 투자자들이 신규 투자자를 유치할 경우에도 보상을 제공했습니다. 옵티오먼트는 "우리는 당신이 친구나 동료의 투자를 유치하면 (그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지급할 것"이라며 "첫번째 등급 고객에겐 7%, 다음 등급에겐 4%, 3등급에게는 3%의 보상을 제공한다"고 광고했습니다.

이들은 주로 온라인상에서 활동했지만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한 호텔에서 700명의 투자자들이 모인 행사를 주최하기도 했고요.

그러나 옵티오먼트의 가상통화 다단계 사기행각은 결국 지난해 11월 붕괴됐습니다. 이후 보상금 지급은 중단 됐으며 옵티오먼트의 웹사이트는 폐쇄됐습니다.


지난 1월 미국에선 비트코인 폰지사기 혐의로 가상통화 투자업체가 영업정지 명령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2017년 1월 설립된 미국의 가상통화 대출 및 교환업체인 비트커넥트(Bitconnect)는 "비트커넥트 코인(BCC)에 투자하면 연간 최대 120%의 수익률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모집했습니다. 이는 채권자가 돈을 빌려주고 매월 일정한 이자를 받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투자자들은 현금이나 비트코인으로 BCC를 구입해야 하는데, 한때 BCC는 437달러(48만700원)에 달했습니다. 비트커넥트는 BCC에 투자하면 그 대가로 월 최대 40%+α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광고도 병행했습니다. 예를 들어 1만 달러를 180일 동안 투자하면 그 대가로 월 40%의 이자에 하루 0.20%의 추가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고 광고를 했지요. 또한 많이 투자할수록 더높은 수익률을 제시했습니다.

이들은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을 이용해 자동으로 차익거래를 실행하는 자사의 트레이딩 봇(bot)이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불려준다"고 설명하며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약속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자전거래를 일으켜 차익을 얻겠다는 얘기죠. 누가 들어도 금융사기로 의심할 만한 황당한 얘기임에도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몰려 들었습니다.

그러나 터무니없는 고수익을 보장하는 광고 때문에 이들은 창업 초기부터 폰지사기 의혹을 받아왔고, 결국 지난 1월 텍사스와 노스캐롤라이나 주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명령을 받고 말았습니다.

이 발표 직후 BCC 가격은 200달러(21만3000원)에서 37달러(3만9000원)로 80%나 급락했고, 회사가 영업을 중단하면서 거래도 함께 끊어져 BCC는 사실상 휴지조각이나 다름이 없어졌습니다. 실제로 BCC는 그 이후 더이상 거래되지 않고 있고요.

아직 정확한 피해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하루 아침에 투자금을 몽땅 날릴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또 다른 미국 가상통화 투자업체인 비츠트레이드(Bitstrade)도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거액의 투자금을 모았습니다. 회사는 1인당 투자액이 80만 달러(8억8000만원) 이상인 투자자가 1000명이나 된다고 했으니, 어림잡아도 8000억원이 넘게 투자금이 모인 셈입니다.

이들는 비츠트레이드 코인(BSS)을 구입한 후 코인을 지갑에 보유하고 있는 대가로 이자를 지급한다면 "더 많이 투자할 수록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광고했습니다. 심지어 매일 최고 10%의 수익을 돌려주겠다는 약속까지 했습니다. 이러한 비츠트레이드의 광고는 비트커넥트가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약속했던 것과 유사합니다.

여기에 가상통화 변동성 소프트웨어로 수익을 보장한다는 주장 역시 자사의 트레이딩봇으로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을 이용해 자동으로 차익거래를 수행함으로써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불려준다던 비트커넥트의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비츠트레이드도 지난 9일 사기성 있는 유가증권 판매 혐의로 뉴저지 주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명령이 내려졌고, 비츠트레이드에 투자한 사람들은 투자금 전부를 날릴 처지가 됐습니다.

이 업체들은 모두 가상통화 열풍을 이용해 돈을 챙기려 한 금융사기 범죄자들입니다. 그런데 규제와 통제가 없는 자유방임적인 가상통화 시장도 금융사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건전하고 투명한 시장을 조성하려면 가상통화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불법적인 금융사기와 투기가 횡행하는 소굴로 전락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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