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명의 안전을 위협하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경우 최대치로 할 수 있는 것은 비상저감 조치를 발령하는 것이다. 서울시가 지난 1월 취한 조치가 이러한 것이다. 이면엔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간주한다는 사실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자연재난을 ‘태풍, 홍수, 황사 등 그밖에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해’로 규정했다. ‘서울시특별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조례’는 동법을 근거로 미세먼지를 황사에 준한 자연재난으로 규정했다. 이를 근거로 관계법에 따라 서울시는 ‘시민참여형 운행차량 2부제 및 출퇴근 대중교통요금 면제’ ‘시청사 및 산하기관, 자치구 공공기관 주차장 출입제한’ ‘공공기관 운영 사업장 및 발주 공사장 조업 단축’ 등 서울형 비상저감 조치를 발령했다.
이 조치를 두고 적잖은 논란이 있었다. 핵심은 하루 50억원에 해당하는 대중교통요금 면제가 별 효과가 없었다는 점이다. 중국발 미세먼지량이 많은 상태에선 특히 그렇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당시엔 국내요인의 비중이 더 컸다고 한다. 따라서 서울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인이 도로교통인 만큼 차량이용 제한을 유도하는 대중교통요금 면제 조치는 유의했다는 게 (중립적)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교통량이 1.8%에 감소했다고 하지만 이용률로 보면 시내버스는 9.4%, 지하철은 5.8% 증가했다. 서울시내 교통량의 상당부분이 경기도 차량인 점을 감안할 때 경기도가 당초 합의대로 동참했다면 이용률(사적교통이용 감소)은 더 높아졌을 것이다. 농도도 0.7㎍/㎡의 감소에 그쳤다고 하지만 미세먼지에 민감한 노약자, 어린이 등에게는 이 정도도 치명적이다. 경기도까지 참여하는 다른 저감조치(예, 인천의 화력발전소 가동중단)가 함께 강구되었다면 저감량이 더 컸을 것이다.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려선 안 되지만 서울시만 나홀로 비상조치를 취했다. 요금면제액인 50억원을 가지고 마스크를 사서 나눠줬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난무했다. 하지만 이는 ‘대응’ 방안에 해당한다. 고농도 미세먼지를 자연재난으로 간주하면서 취한 서울시 조치는 비상 ‘대응’ 조치가 아니라 비상 ‘저감’ 조치였다. 비판하는 많은 이가 혼동한 게 바로 이 부분이다. 자연재난이 발생하면 그 원인을 따진 뒤 가성비 높은 대응책을 강구할 시간이 없다. 터진 둑을 최대한 빨리 막는 게 급선무다. 즉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발생량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줄여야 한다. 중국 탓을 할 시간도, 서울시와 경기도가 다툴 시간도, 정치권과 언론이 비판할 시간도 없다. 미세먼지를 자연재난으로 간주하지 않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되돌아볼 때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