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말고 AI, 명절 음식을 부탁해"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 2018.02.16 09:00

AI 탑재 푸드테크의 진화…똑똑한 냉장고부터 로봇 요리사까지

주방용 자동 조리 로봇 '몰리(Moley)'

#매년 명절이면 차례상, 음식 준비로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결혼 13년차 A씨. 조상께 감사하고 가족간 정을 나누기 위한 것이라며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재료 밑손질부터 기름냄새 맡으며 모양 내 전을 부치고 몇시간째 서서 탕국을 끓이다보면 온몸이 녹초가 된다. 음식을 사거나 차례상 배달로 대체해보기도 했지만 왠지 모를 눈총에 마음이 편치 않다. 세상은 좋아졌다는데 A씨에게 명절준비는 언제나 힘들다.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이 접목된 푸드테크 산업의 진화로 A씨의 고민이 해결될 날도 멀지 않았다.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이 결합해 요리를 한결 편하게 해주거나 아예 요리를 대신해 주는 셰프 로봇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영국 로봇 개발 벤처기업 몰리 로보틱스(Moley Robotics)는 셰프 로봇 '몰리 로보틱 키친'을 만들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주방 조리대에 붙어있는 2개의 팔 형태 로봇이 3D모션 기술을 활용해 유명 셰프의 조리법을 똑같이 재현하는 것. AI를 통해 2000개가 넘는 레시피를 학습해 맞춤형 요리를 제공한다. △재료 잡고 이동시키기 △재료 잡고 자르고 부수기 △자른 재료를 용기에 넣기 △소스를 만들기 위해 젓거나 섞기 △프라이팬에 담아 굽거나 튀기기 △조미료 뿌리기 △음식을 그릇에 담고 튜브를 짜는 등 푸드스타일링 하기 △요리를 마친 후 정리하기 등 다양한 기술을 로봇 팔이 해낸다.

몰리는 로봇과 AI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셰프 서바이벌 프로그램 ‘마스터셰프’ 영국 편의 우승자 팀 앤더슨 등 사람의 동작을 학습해 이를 기반으로 요리방법을 배웠다. 사람이 터치스크린 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조종하면 로봇 팔이 사람이 하는 섬세한 동작을 자유자재로 한다. 천만원대를 호가하는 비싼 가격이어서 대중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지만 주방에서의 요리 고민과 노동시간을 대폭 줄여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외식업계에서는 특정 요리와 기술에 특화돼 이미 상용화된 로봇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스타트업 모멘텀머신스(Momentum Machines)는 시간당 햄버거 400개를 만들 수 있는 자동 로봇을 개발했다. 로봇이 패티를 굽고, 토핑을 얹고 햄버거를 싼다.

미소 로보틱스(Miso Robotics)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캘리버거와 공동 개발한 햄버거 로봇 '플리피'도 있다. '플리피'는 캘리버거 매장에서 햄버거 패티를 알맞은 굽기로 뒤집으면서 구워 햄버거 빵 위에 올려준다.


캘리포니아 주메(Zume) 피자는 로봇 팔을 도입했다. 사람이 도우를 만들면 로봇 시스템이 그 위에 소스를 뿌려 바르고 사람이 다시 토핑하면 로봇 팔이 피자를 담아 오븐에 넣는다.
햄버거 패티를 굽고 있는 로봇
미국 로봇 회사 차우보틱스(Chowbotics)는 지난해 샐러드를 만드는 로봇 '샐리'를 공개했다. 냉장고처럼 생긴 이 로봇은 사람들이 고른 채소를 섞어 취향에 맞는 샐러드를 만든다. 20개 샐러드 재료 통에 서로 다른 식재료를 넣어두고 취향별로 1000여종 샐러드를 만들 수 있다. 만들어진 샐러드의 칼로리도 확인할 수 있다.

첨단 3D 프린팅 기술도 요리와 속속 만나고 있다. 미국의 한 스타트업은 6분 안에 피자 한 판을 만들 수 있는 3D프린터를 개발했고, 파스타면을 자유자재로 뽑아내는 3D프린터도 판매하고 있다. 영국 런던에는 1만여개 조리법을 학습한 인공지능(AI) 3D프린터가 요리를 만들어주는 식당도 있다. 초벌요리를 3D 프린터가 만들면 사람이 음식을 완성시키는 방식이다.

로봇이 아니더라도 글로벌 전자업체들은 이미 냉장고 등 주방가전에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하고 요리 순서에 맞춘 레시피 읽어주기, 부족한 음식재료 주문 등의 기능을 넣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기술발전으로 인해 설거지, 청소, 빨래 등은 노동시간이 빠르게 단축됐지만 요리는 섬세한 '손맛'이 필요한 데다 개인별 취향이 분명한 분야여서 노동시간 단축이 어려웠다"며 "AI 기술 발전으로 요리 분야도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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