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호랑·반다비가 장수하는 법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18.02.15 04:30
일본 구마모토현의 공동브랜드 ‘구마몬’을 처음 마주한 것은 지난해 온천관광을 갔다가 들른 한 상점에서였다. 캐릭터인형부터 사케(정종)까지 상품마다 홍조를 띤 구마몬이 소비를 부추겼다.

마모토 시내 쓰루야백화점 별관에는 아예 전문판매숍 ‘구마몬스퀘어’가 있다. 여기선 구마몬 캐릭터로 분장한 ‘구마모토현 영업부장’을 만날 수 있다. 실제 구마모토현 조직도에 등재돼 있고 월급도 받는다. 실존 인물이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해 파파라치까지 등장했지만 대부분 일본인은 ‘미키마우스’처럼 구마몬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구마몬의 탄생은 절박함에서 나왔다. 2011년 규슈 신칸센의 종착역이 경쟁지역인 가고시마로 결정되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구마모토가 지역 홍보를 위해 만든 캐릭터다. 지금은 연간 1조원 이상 벌어들이는 지역경제의 효자다. 구마몬 캐릭터 사용은 개방적이다. 지역 내 생산비율 등 특정 조건만 이행하면 브랜드 상품화에 비용을 내지 않는다. 구마몬 브랜드를 쓰는 중소기업이 5000곳 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정부와 중소기업계는 중소기업 공동브랜드 개발에 한창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중소기업 국가대표 공동브랜드 개발’을 약속하면서 정부는 중기 판로 확대 차원에서 사업을 검토 중이다. 민간에서는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을 중심으로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돈이다. 초창기에 브랜드를 알리려면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비용이 든다. 브랜드 성공 여부는 별개 문제다. 일례로 서울시 브랜드 ‘I·SEOUL·U(아이 서울 유)’의 경우 20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동계올림픽의 공식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를 활용한 캐릭터상품은 롱패딩, 스니커즈와 더불어 ‘평창 굿즈(goods)’로 인기를 끈다고 한다. 이들 캐릭터는 이미 수천억 원의 노출 효과를 봤다. 올림픽이 끝나면 생명을 다하는 마스코트를 강원도 중소기업 공동브랜드로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수호랑과 반다비의 장수(長壽)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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