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GM 철수 이후를 준비해야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 2018.02.1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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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2일 "GM이 한국에서 중장기 투자계획을 먼저 제시해야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GM은 한국에 대한 중장기 투자계획을 먼저 내놓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같은 날 댄 암만 GM 사장은 "한국 측 이해관계자(산업은행 등 정부, 노조)와 협력해 구조조정에 성공하고 수익을 내야 신차 배정을 하는 기회라도 볼 것"이라고 했다. 구조조정이 우선한다는 것이다. 13일 GM은 군산공장 폐쇄가 구조조정의 첫 단계라고 발표했다.

GM이 한국에서 철수하겠다는 것은 '엄포'나 '협박'이 아니다. '구조조정 후 단계적 철수'는 다음 세 가지 이유로 미래 기정사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첫째, 국내에서 차가 잘 안팔린다.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이 뒤처져 내수 판매가 급감 추세다. 품질은 상대적인 평가에 달렸지만, 가령 동급 세그먼트인 크루즈와 아반떼를 놓고 보면 크루즈가 200만원 가량 더 비싸다.

지난해 한국GM 내수는 13만2377대로 전년 대비 26% 급감했다.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크루즈 등 주력 판매가 타격을 입은 데다 앞으로 AS 우려, 중고차값 하락으로 판매는 더욱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공적자금을 투입해 흑자로 만든다고 해도 본사로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는 여전할 것이다. GM은 2002년 대우자동차 인수 이후 16년간 별다른 투자 없이 본사 이익만 챙겼다.


높은 원가율, 이전가격 논란, 본사 차입금 고금리가 논란이다. 유럽 쉐보레 브랜드 철수 등 한국GM 수출에 불리한 결정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GM의 수출 대수는 2013년 63만대에서 지난해 40만대 밑으로 떨어졌으며 올해 신차 배정은 없다.

셋째,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면 그로 인해 시간을 까먹다가 결국은 철수다. 업계는 GM이 우리 정부 보조금을 챙기다가 결국 떠나는 '호주식 철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GM은 매년 수천억의 호주정부 보조금을 받았는데 2013년 보조금이 끊기자 그해 말 철수를 발표했고 이로 인해 20만여명이 실직했다.

GM은 2013년 이후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돈 안 되는' 해외 사업장에서는 모두 철수하고 미래 자율주행차와 친환경차에 투자하겠다고 밝혀왔다. 해외사업 구조조정 총괄이 작년말 이후 두차례 방한해 백 장관 등 우리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고 간 배리 엥글 GMI 사장이다.

12일 밤에야 GM으로부터 군산공장 폐쇄 통보를 받은 정부는 지금 '강한 불만'이나 '깊은 유감'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GM의 방향은 명확하다. 군산공장에 이어 부평 1·2공장, 창원공장, 보령공장 폐쇄 이후 대규모 실업 대책을 세우고 자동차 업계 파장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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