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 800만원’ 산기슭 땅, 2억원에 팔린 이유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 2018.02.15 13:00

투자자들 전원주택, 펜션 부지 마련 위해 논·밭·임야 경매 관심 증가

감정가 26배에 팔린 전북 진안군 땅 전경. /사진제공=지지옥션
#지난해 1월 전주지방법원 경매에서 감정가 817만원짜리 논(토지면적 2275㎡, 약 690평)이 2억1410만원에 낙찰됐다. 역대 세 번째로 많은 154명의 응찰자가 몰렸고, 감정가의 26배가 넘는 가격이다.

최근 경매 시장에서 지방의 논, 밭, 임야 등 토지 매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땅값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뿐 아니라 은퇴 이후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도 참여하면서 경쟁이 치열하다. 입지가 좋은 토지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상승하는 추세다.

15일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경매가 진행된 토지는 4만6950건으로 전체 물건의 44%로 집계됐다. 낙찰가율은 전년대비 7.6%포인트 상승한 76%로 2008년(83.6%) 이후 최고치다. 평균 응찰자 수는 3명으로 2005년(3.4명) 이후 가장 많았다.

경매시장에서 매물가치는 응찰자 수와 비례한다. 응찰자가 많을수록 ‘호가(呼價)’가 오르기 때문이다. 역대 법원 경매에서 가장 많은 응찰자가 참여한 물건 1~3위도 모두 '땅'이다.

2015년 8월 진행된 경남 밀양시 임야(5355㎡ 이하 규모) 경매에 240명이 참여해 입찰자가 가장 많았고, 감정가 696만원의 11배가 넘는 7900만원에 낙찰됐다. 2위는 그해 3월 진행된 전남 화순군 임야(9722㎡)로 156명이 입찰에 몰렸다. 낙찰가는 감정가 1426만원의 6배인 8550만원이었다.

감정가 2배인 6억원에 낙찰된 강원 양양군 땅 전경. /사진제공=지지옥션
올해도 이런 경향은 이어졌다.

지난 1월 9월 진행된 전남 곡성군 삼기면 임야(5653㎡) 경매에 32명이 참여했는데 낙찰가는 3880만원으로 감정가의 7배를 웃돈다. 같은 달 22일 진행된 강원 삼척시 하장면 임야 경매에도 11명이 참여했고 감정가의 약 7배인 4100만원에 낙찰됐다.


이달 12일에 진행된 강원 양양군 현남면(1243㎡) 규모 밭 경매에는 26명이 참여하고 감정가 3억453만원의 2배 수준인 6억161만원에 낙찰됐다. 올해 진행된 경북 영덕, 전남 무안 등의 임야, 논, 밭 등도 감정가의 2~5배 가격에 매각됐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면적 2000㎡ 이하 논, 밭은 입지 조건을 보고 전원주택 등 건물을 짓는 경우가 많고, 그 이상 넓이의 대형 임야는 특용작물 재배에 활용하거나 향후 지가 상승을 기대한 장기 투자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지 경매 참여 시에는 주의가 요구된다. 임야는 향후 건물 증축 등으로 용도 변경이 어려울 수 있고, 논·밭을 취득하려면 매각일로부터 7일 이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농지취득자격 가능 여부는 미리 해당 시·군·구 지자체에 확인해야 된다.

하지만 토지 경매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경매 시장이 성숙되면서 주택보다 감정가격이 낮은 토지로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전원주택 붐, 귀농 희망자 수요와 맞물려 입지조건이 좋은 토지는 경매 경쟁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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