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떠난 진규와 약속 위해"…누나 노선영의 '혼신 역주'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 2018.02.12 23:17

12일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 결승 우여곡절 참가…"팀추월에서 꼭 메달 딸 것"

12일 강릉 오벌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경기에서 노선영 선수가 빙판을 질주하고 있다. /평창=김창현 기자

노선영이 하늘나라로 떠난 동생과의 약속을 지켰다.

노선영은 12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오발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 결승에서 1분 58초75의 기록으로 레이스를 끝냈다.

노선영은 쇼트트랙 국가대표였던 고(故) 노진규의 누나다. 촉망받는 선수였던 노진규는 2016년 4월 골육종으로 투병하다 24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동생은 세상을 떠났지만 생전의 약속은 남았다. "평창 올림픽에 함께 출전하자". 2014년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려 했던 노선영은 다시 스케이트를 신었다.

평창올림픽을 코앞에 둔 지난달 23일 노선영은 출전이 좌절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원래 노선영은 팀추월을 주력 종목으로 삼아 출전하려 했다. 개인 종목 출전권이 없이도 팀추월에 출전이 가능하다는 빙상연맹의 해석을 믿었다.

그러나 국제빙상연맹은 팀추월 국가대표도 올림픽에서 개인 종목 중 하나는 출전해야 자격이 있다고 봤다. 올림픽 참가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노선영이 '빙상연맹이 선수를 차별해 특혜 훈련을 제공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졌다.


다행히 러시아발 '도핑 파동'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출전권을 확보했던 러시아 선수 2명이 출전 자격을 잃게 되면서 노선영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기회를 잡은 노선영은 훈련에만 전념했다.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엔 양해를 구했다.

이날 올림픽 무대에서 역주를 펼친 노선영에게 순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늘나라에 먼저 간 동생과의 약속이 우선이었기 때문.

그리고 아직 팀추월 경기가 남았다. 동생의 못다 이룬 꿈은 온전히 누나의 몫이 됐다. 피나는 노력을 해온 노선영의 '본게임'은 곧 이제 시작이다.

14위로 레이스를 마친 노선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여기 출전하기까지 어려운 게 많았는데 그래도 많은 분이 많이 응원해주시고 힘을 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팀추월에서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며 "목표는 메달을 따는 것이다. 마지막 올림픽이니까 후회가 남지 않을 경기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19일 노선영은 본인의 주력 종목인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예선에 출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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