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의료정보의 활용과 개인정보이동권

머니투데이 이성엽 고려대기술경영전문대학원교수(미래법정책연구소대표) | 2018.02.13 04:00
병원을 이용해 본 국민이라면 병원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경우 다시 같은 검사를 받아야 하는 불편을 겪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종전 병원의 진료기록, 검사기록을 다른 병원으로 이전할 수 있다면 비용적, 시간적 측면에서 매우 편리할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은 환자 본인이 직접 해당 병원에 진료기록을 요청해 하드카피를 받거나 USB에 다운받을 수 있을 뿐이다. 그나마 전자적 형태의 파일은 호환성에 문제가 있어 다른 병원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미국은 2010년부터 블루버튼 이니셔티브라는 국가적 프로그램을 통하여 환자가 자신의 건강정보를 열람하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환자는 현재의 투약상황, 의약 치료정보, 실험실 테스트 결과, 건강보험 정보 등을 의료기관, 실험실, 약국, 건강보험 회사 등으로부터 전자적인 형태로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올해 5월부터 시행되는 유럽연합의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은 정보주체가 정보처리자에게 제공한 본인에 관련된 개인정보를 기계판독이 가능한 형식으로 수령할 권리가 있으며, 기술적으로 가능한 경우 정보주체는 해당 개인정보를 한 정보처리자로부터 다른 정보처리자로 직접 이전하게 할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소위 개인정보이동권(Right to data portability)이라고 하며, 이를 통해 개인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기업 입장에서도 데이터의 활용을 촉진시킬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현행 한국의 의료법 제21조에 따르면 환자 또는 그가 동의한 배우자・직계가족이 요청하여 병원에 보관 중인 진료기록을 열람하고 그 사본을 발급받을 수 있게 되어 있을 뿐이다. 의료정보를 디지털 파일로 이전받거나 제3의 의료기관에 직접 전송을 요청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아직 허용되지 않고 있다.


한국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6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데이터의 자기결정권을 갖고 있는 개인이 주체가 돼,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스스로 다운로드 받거나 개인이 이관하고 싶은 다른 기업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K-My data라는 프로그램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특정 기업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해당 개인의 동의하에 다른 기업에게 제공하여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활용되도록 할 수 있다.

이처럼 개인정보이동권은 개인정보의 활용과 자기결정권 강화를 동시에 꾀할 수 있지만 이의 본격적 도입을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개정과 함께 개인정보이동을 위한 비용의 부담문제, 보안의 문제, 데이터의 표준화 등의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의료정보는 그것이 병원에 있다고 해서 병원이나 의사의 소유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의료정보는 환자의 동의하에 병원에 제공된 것이며, 그것의 수집, 이용, 제공, 위탁 등 처리권한은 환자 본인에게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의료정보는 사람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광범위한 공익적, 산업적 활용이 필요하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이를 위해 의료정보이동권의 보장외에도 비식별화된 의료정보의 이용, 유전자 데이터, 진료기록, 라이프로그(생활습관 데이터)의 3가지 개인건강기록의 빅데이터 분석이 적극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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