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정치얘기 No"… 우리집 설 연휴 금기어는

머니투데이 신현우 기자 | 2018.02.14 11:22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지난 추석 때 정치 얘기로 가족 내 말다툼이 심했어요. 화해도 제대로 못한 채 귀경길에 올라 한동안 마음이 불편했어요. 일련의 상황을 지켜봤던 어머니가 '정치 얘기'를 명절 금기어로 정했어요."(직장인 이모씨·38)

친척들이 다 같이 모여 화목한 시간을 보내는 명절이지만 상대방에게 기분 나쁜 말로 감정이 상하거나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자칫 몸싸움으로 번지는 등 후회해도 소용없는 상황까지 될 수도 있다.

실제 이 같은 일로 명절 귀성이나 가족모임을 피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가족 내 명절 금기어'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13일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와 직장인 9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구직자(312명)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취업은 했니?'(20.8%), 직장인(615명)이 듣기 싫은 말은 '사귀는 사람은 있니? 결혼은 언제 할래?'(28.9%)로 나타났다.

구직자들은 △어떻게 먹고 살래?(11.2%) △네 나이가 몇인데(9%) △○○은 대기업 들어갔다던데(8%) △너무 고르지 말고 아무데나 들어가(6.4%) △왜 취업이 안 되는 거야?(5.8%) △기술을 배우는 건 어때?(4.5%) 등 취업 부담을 주는 말에 거부감이 심했다.

직장인들도 △월급은 얼마야? 먹고 살만해?(17.7%) △모아놓은 돈은 있니?(8.6%) △앞으로 어떻게 살지 계획은 있니?(6.7%) △애는 언제 가지려고?(3.7%) △집은 언제 사려고?(2.1%) 등 결혼·출산·집 마련 관련 언급이 듣기 싫다고 답변했다.


응답자의 52.8%는 실제로 명절 때 가족이나 친지들의 말로 인해 상처 받은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명절 귀성이나 가족모임을 피한 적 있다는 응답자도 47.1%에 달했다.

3년차 직장인 김모씨(31·여)는 "명절만 되면 친척들의 잔소리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살빼라' '결혼은 언제 하니' 등의 말로 상처를 받는데 명절 연휴 근무를 신청해 집에 안가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서로에게 상처주는 말로 오히려 가족이 해체되는 느낌인데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 서로 비교하고 누군가 우위를 점하고 싶은 마음에서 상처를 주는 말을 내뱉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취업 준비생인 이모씨(28)는 "대학교 4학년생인데 취업준비는 잘하고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취업이 어려워 가뜩이나 스트레스를 받는다. 명절 때 친척들을 피해 도서관으로 피신을 가는데 주변에도 비슷한 이유로 도서관 등을 찾는다"며 "가족들끼리 서로 배려할 수 있게 특정 금기어를 정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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