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GM 다루기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장 | 2018.02.13 05:30
올해로 설립 110년을 맞은 미국 자동차 회사 GM(General Motors)의 한국법인인 한국지엠(GM)이 철수설에 휩싸였다.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해 설립한 지 16년만이다.

GM이라는 회사는 110년전 설립될 당시부터 구조조정 기술로 단련된 회사다. 창업자인 윌리엄 듀런트는 1908년 GM을 설립한 지 2년만에 사업부진으로 회사를 채권단에 넘겨야 했다. 첫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듀런트는 1911년 쉐보레라는 회사를 만들어 구조조정 중인 GM의 지분을 야금야금 사들였고, 채권단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이겨 1917년 회사를 되찾았다.

하지만 또 위기에 빠지자 듀런트는 1923년 전문경영인인 알프레드 슬론을 CEO에 앉히고 물러났고, GM은 1970~80년대 절정기를 맞았다. 위기는 멈추지 않았다. 2000년대 접어들어서도 이어졌고, 2009년에는 부실한 GM과 뉴GM으로 분리해 우량자산인 뉴GM이 오늘에 이르렀다.

이런 역사를 가진 GM이 아무런 이익 없이 한국에, 특히 수익성이 떨어지는 군산공장에 관대할 리 없다. GM 같은 기업에겐 오직 이윤이 최대의 선이다.

지난달 방문해 기획재정부 등 우리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고, 지난 주말 미국으로 돌아간 배리 엥글 GM인터내셔널 사장도, 지난 6일(현지시간) 기업 설명 컨퍼런스콜을 통해 한국지엠을 지켜보고 있다는 메리 바라 GM 회장도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이들에게 비논리적 감정을 들이대거나, 비이성적 숫자로 따진다고 먹힐 리 만무하다. GM이 한국지엠을 대상으로 이자놀이를 했다느니, 한국에 부품을 비싸게 팔아 비용을 전가했다느니 하는 프로파간다(선전선동)로는 GM을 한국에 주저앉힐 수도, 합리적 결정을 이끌어낼 수도 없다.


핵심은 군산공장의 경쟁력이고, 한국지엠 차량 판매 증가 여부다. GM이 새 차종을 군산에 배치하느냐 마느냐는 아쉽지만, GM의 이윤에 달렸다. 한국 종업원의 이익은 GM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자신들에게 이익일 때만 한국 종업원의 이익이 유효하다.

그런데 한국지엠의 군산공장은 부평이나 창원 공장에 비해서도 생산성이 떨어지고, 현재는 가동률이 20%대로 떨어졌다. 2014~2016년까지 누적적자가 늘어날 때도 임금은 지속적으로 올랐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독일 폭스바겐이나 일본 토요타보다도 높았다.

GM은 2000명의 군산공장 직원이나, 1만 6000여명의 한국지엠 전체 종업원, 그들의 협력사 등 30만명의 이익이 침해되는지에는 솔직히 관심이 없다.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 종업원과 협력사를 볼모로 한국의 정치상황을 활용할 뿐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선한 사마리아인은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와 한국 직원들의 자세다. 일자리 존치를 최우선에 두고, 희생을 최소화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17.02%)만큼의 역할에 더해, 조금의 정치적 변수를 부과하는 정도의 역할을 정교하게 해야 한다. 국내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GM에 끌려다녀 한국지엠을 무조건 지원하는 것만도 능사는 아니다. 한국GM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결국 현대기아차나 쌍용차, 르노삼성 직원들의 생존권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부실 덩어리였던 대우조선해양에 대규모 정부 자금을 투입함으로써, 그 풍선효과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종업원들이 길바닥에 나 앉았던 최근 사례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오동희 부국장 겸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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