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은행권 "기껏 부실채권 정리했는데 또 늘어날라"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18.02.13 04:40

[멈춰선 기업 구조조정]⑤NPL비율 상승 '체질 개선'…구조조정 지연때 부실규모만 키워


은행권은 명확한 원칙없이 구조조정이 지연되다가 부실채권이 다시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우리은행 등 5대 금융그룹이 지난해 쌓은 충당금은 3조6640억원으로 전년도 5조1376억원보다 28.7% 감소했다.

충당금 규모가 대폭 줄어든 건 2016년 굵직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부실채권을 대폭 정리했기 때문이다. 2016년 주요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해운 구조조정에 따라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다. 특히 농협금융은 STX조선 등의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면서 충당금 규모가 1조6780억원에 달했다. 그 여파로 농협금융은 2016년 2분기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에는 대우조선 출자전환 등으로 일부 은행들이 추가적인 충당금을 쌓았지만 규모는 크지 않았다.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 이슈는 없었지만 은행들은 향후 부실기업이 증가할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았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기초 체력을 키웠다. 부실채권(고정이하 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액을 뜻하는 NPL(부실채권) 커버리지비율을 일제히 끌어올린 것이다. NPL 커버리지비율이 높으면 향후 추가적인 부실이 발생해도 은행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신한금융의 NPL 커버리지비율은 2016년말 121%에서 지난해말 132%로 11%포인트 개선됐다. 농협금융도 69.8%에서 79.1%로 9.3%포인트 개선했다. 하나금융, KB금융, 우리은행 등도 모두 NPL 커버리지비율을 3~5%포인트 높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한계기업 어려움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지난해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쌓았다"고 말했다.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미룬다고 당장 은행의 부실채권이 늘어나진 않는다. 하지만 한계기업을 적절한 시점에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부실 규모가 커질 수 있다.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면 당장은 1억원만으로도 '연명치료'가 가능하지만 나중에는 10억원, 100억원을 추가로 쏟아부어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추가 지원으로 한계기업에서 벗어나 정상기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시장 논리가 아닌 다른 이해관계가 개입해 기업이 되살아난 경우는 희박하다는 게 금융권의 정설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가경제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눈치를 보고 끌려다니다보면 충당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뿐만 아니라 불확실성도 증대된다"며 "시장 논리를 적용해 구조조정을 제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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