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봉투' 세뱃돈 풍습 사라지는 中 춘절의 경제학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 2018.02.12 10:31

[길게보고 크게놀기]中 최대 명절에 부는 변화의 바람…'소비 업그레이드'와 '모바일 세뱃돈'

편집자주 |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중국 최대 명절은 춘절이다. 공식적인 춘절 연휴는 7일간이지만, 일찍 고향으로 출발해서 정월 대보름이 지나서야 업무에 복귀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중국 남방지역이 오래 쉬는데, 화끈하게 한 달 쉬는 곳도 있다. 중국에서 춘절은 서양의 크리스마스 연휴처럼 음력에 맞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중요한 의식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춘절은 1년 중 중국인들이 가장 많은 돈을 쓰고 가장 많이 이동하는 기간이다.

특히 중국에서 춘절은 국민 대이동을 뜻한다. 1980년대 초부터 시작된 산업화 과정에서 고향을 등지고 외지에 나온 수많은 중국인들이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약 3억명에 달하는 농민공은 대부분이 1년에 한번 춘절 때만 고향에 간다.

올해 춘절에는 약 29억8000만명이 움직일 것으로 추산된다. 교통수단별로는 차량이 24억8000만명, 기차가 3억9000만명, 항공기가 6500만명이다. 다만, 연인원 기준이기 때문에 실제 움직이는 인원은 이보다 적다. 중국은 넓기 때문에 고향에 가기 위해 차를 여러 번 갈아타야 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이동인원도 더 많이 잡힌다.

춘절은 1년 중 가장 중요한 기간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도 바짝 긴장한다. 올해 춘절 때는 중국 36개 대도시를 대상으로 날마다 돼지고기 3만톤, 채소 16만톤이 공급될 예정이다. 말이 3만톤이지 3천만명이 1킬로그램(kg)씩 먹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춘절 물가가 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공급이 필수다. 쉽지 않은 일이다. 재래시장, 대형 마트도 일주일에 달하는 춘절 동안 상품이 부족하지 않도록 재고를 평소보다 30~40% 늘렸다.

춘절 연휴 기간, 중국 상무부는 중국 전역의 유통업과 요식업 매출이 9000억위안(약 150조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9000억 위안은 14억 중국인이 한 명도 빠짐없이 642위안(약 11만원)씩 소비해야 나오는 금액이다. 2013년 춘절 때 5390억위안(약 92조원)이던 유통·요식업 매출이 불과 5년이 지난 2018년에 약 70% 증가하는 셈이다.

춘절의 경제적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요즘은 춘절 때 가족 여행을 가는 중국인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 국가여행국은 이번 춘절에 약 3억8500만명의 중국인이 중국 국내 여행을 갈 것으로 전망했다. 여행 관련 매출만 약 4760억위안(약 81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통·요식업 매출도 그렇고 여행관련 매출도 모두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하는 셈이다. 중국 경제 성장률은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지만, 중국인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소득이 증가하고 부동산값도 오르니, 중국 중산층의 씀씀이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소비 업그레이드’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중국인들이 높아진 눈높이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가격이 높아도 망설임 없이 지갑을 꺼낸 다는 뜻이다.

‘소비 업그레이드’에 따라 춘절기간 중국인의 소비 트렌드도 많이 변했다. 가장 큰 변화는 물질적 소비보다 경험적 소비가 중요해지고 있는 점이다. 이전에는 춘절 때 음식장만이나, 외식이 가장 큰 지출을 차지했다면, 지금은 여행상품·서비스 구매가 중요한 지출로 떠올랐다.

중국인들이 새 옷을 사고 새 가전제품을 구매하고 많이 먹는 것에 집중하기 보다는 품질, 브랜드 및 경험적 소비로 소비의 축을 옮겼다는 얘기다. 최근 매출이 증가하는 대표적인 곳은 겨울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스키장과 전통적이거나 특색 있는 식당이다.

중국의 춘절은 이미 중국만의 춘절이 아니다. 씀씀이가 커진 중국인들이 춘절 때 해외여행을 많이 가기 때문이다. 매년 1억2000만명이 넘는 중국인들이 해외여행을 가는 데, 이중 약 5%가 춘절 때 해외여행을 간다. 올해 춘절도 중국인 650만명이 해외여행에서 1인당 900달러 이상을 사용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꼭 언급해야 할 변화가 있다. 최근 중국은 모바일이 몰고 온 변화가 크다. 춘절 역시 예외가 아니다. 바로 홍빠오(세뱃돈) 풍습이다. 중국인들은 세뱃돈을 길한 색으로 여기는 붉은 봉투에 넣어서 준다. 그런데 이제 중국인들은 붉은 봉투를 잘 사지 않는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이 운영하는 위챗페이를 이용해 세뱃돈을 주기 때문이다. 춘절 전에 은행에서 빳빳한 새 돈을 바꾸기 보다는 모바일 뱅킹을 통해서 위챗페이에 돈을 채워 넣는다. 기술이 가져온 중국 춘절의 변화다.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
  5. 5 명동에 '음료 컵' 쓰레기가 수북이…"외국인들 사진 찍길래" 한 시민이 한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