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는 자동차부품업체 다스(DAS)의 미국 소송비용을 삼성전자가 대신 부담한 정황을 포착한 검찰이 강제수사에 돌입하면서 최근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를지 주목된다. 검찰은 현재로선 이 부회장이 강제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9일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며 "이번 수사를 이 부회장과 연관지어 보는 것은 오버(지나친 것)"라고 말했다. 검찰은 전날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과 우면동 삼성전자 연구개발(R&D)센터, 이학수 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부회장)의 자택 등 3∼4곳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다스가 BBK투자자문에 투자했던 140억원을 돌려받는 데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중 국가기관을 동원해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2009년 다스가 미국에서 김경준 전 BBK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당시 삼성전자가 다스 측의 변호사 비용을 대신 부담한 정황을 최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기 전으로, 이 회장과 이 전 부회장이 주요 의사결정의 정점에 있었다. 이 때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전무였다. 이 회장이 건재하던 당시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 부회장이 의사결정에 깊게 관여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 전 부회장을 이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하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상대 후배로, 이 전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천신일 세중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경우 현재 의식 불명 상태여서 혐의가 있더라도 시한부 기소중지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시한부 기소중지는 소재불명(국외 도피 등) 이외에 다른 기소중지 사유가 있을 때 내려지는 조치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당시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후계자 수업 중이었다는 점에서 상황에 따라 검찰 수사가 이 부회장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확보할 보고 자료나 관련자 진술 등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되자 검찰이 강한 불만을 보였다는 점이 이번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항소심 선고 직후 검찰은 공식 입장을 통해 "법리상으로나 상식상으로나 대단히 잘못된 판결"이라며 이례적으로 법원을 비판했다.
만약 삼성전자가 다스의 소송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를 주도한 경영진에게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당시 소송비용은 약 1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의 배임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내려진다.
또 만약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자임이 확인된다면 이 전 대통령과 삼성 측에는 제3자 뇌물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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