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인수 포기"…대우건설 매각 장기 표류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변휘 기자 | 2018.02.08 11:58

(상보)산은 "중단 아닌 포기 의사 전달받아"…대우건설 4Q 부실에 '발목'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했다. 지난 7일 공개된 대우건설의 4분기 실적에서 예상치 못한 손실이 드러나자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딜이라는데 내부 의견이 모아졌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지 불과 8일 만이다. 호반건설이 탐냈던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이 복병이 됐다.

KDB산업은행은 8일 호반건설로부터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포기한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호반건설은 지난달 31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이달 중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었다. 산은 관계자는 “재협상 등이 아닌 말 그대로 포기 의사”라고 설명했다.

호반건설도 이날 “내부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 등 최근 발생한 일련의 문제들을 접하며 과연 우리가 대우건설의 현재와 미래의 위험요소를 감당할 수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했다”며 “아쉽지만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발목을 잡았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3분기까지 실적을 보고 단독 응찰했는데 미처 알지 못했던 손실이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은 4분기 실적에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의 잠재손실 3000억원을 반영했다. 현장에서 주문 제작한 기자재에 문제가 생겨 다시 제작에 들어간 것. 이에 따라 4분기 매출액은 2조914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5% 성장했으나 영업적자가 1432억원에 달했다. 당기순손실도 1474억원을 기록했다.

호반건설은 전날 저녁 산업은행과의 미팅에서 대우건설의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해외부실이 상당 부분 이미 정리된 것으로 보고 인수에 뛰어든 터라 전제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매각협상 단계에서는 산은 역시 4분기 손실 규모를 구체적으로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돌발 손실이 모로코만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현재 카타르, 오만, 인도, 나이지리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등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손실까지는 감당하더라도 그 이후에 추가손실이 발생하면 호반건설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855억원이었던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장 손실규모는 지난해 연말 기준 4225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산은의 대우건설 매각 작업도 장기 표류가 불가피해졌다. 2015년 분식회계 이슈로 매각 타이밍을 실기한데다 이번 인수전도 흥행에 실패해 호반건설만 단독 참여했던 상황이다. 더욱이 해외 부실의 심각성이 시장에 드러난 만큼 부실 해소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산은은 이번 매각 작업을 대우건설 노조는 물론 정치권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던 만큼 매각 실패에 따른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 매각 작업 중단은 인수를 포기한 호반건설은 물론 ‘헐값 매각’, ‘호남기업 특혜’라는 정치권의 반발에도 매각을 강행한 산은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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