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미래는 블록체인이다?

머니투데이 이재원 기자 | 2018.02.08 04:44

[the300][런치리포트-블록체인이 바꾸는 지방선거]③'누수 없이 꼭 필요한 만큼'…블록체인을 통한 정책개선






4차 산업혁명의 총아인 블록체인과 정치의 결합은 '거버넌스'와 같은 거대담론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이미 시행중인 정책과도 결합해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


지방 선거에 '코인' 공약을 들고 나온 후보들은 대부분 블록체인의 보상체계를 차용한다. 공동체, 혹은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경제적 유인책을 제공하겠다는 얘기다.


가상통화는 블록체인 체제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주어지는 보상이다. 블록체인, 그 중에서도 개방형(public) 블록체인이 유지되기 위해선 가상통화 발행이 필수다. 블록체인을 유지하기 위해선 '채굴'이라고 불리는 거래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자신의 컴퓨팅 능력과 전기를 이용해 검증 절차에 동참하는 식이다. 이 작업에 뛰어들게 만드는 유인책이 바로 ‘가상통화’다.

이런 후보들의 공약이 현실화한 곳도 있다. 바로 서울 노원구다. 올해 초 블록체인 기반의 지역화폐 '노원코인'을 선보였다. 노원코인 역시 가상통화 공약을 내놓은 지방선거 후보들과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김성환 구청장은 7일 머니투데이와 만나 "수년 전부터 지역화폐가 있었지만, 150여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장부거래' 수준에 그쳤다"며 "기부와 자원봉사 활동 등에 인센티브를 준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던 중 블록체인 기술을 접했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노원코인은 봉사활동 1시간에 700원어치의 가상통화를 지급한다. 노원구청에 등록된 15만명의 자원봉사자들에게 경제적 유인을 제공한다. 기부액의 10% 역시 가상통화로 환급(페이백) 해준다. 재활용센터에 내놓는 물건 역시 판매 수익의 10%를 노원코인으로 지급한다.

기본소득 논의에서도 블록체인 적용이 가능하다.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누수 없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양 만큼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다. 기본소득이 어떻게 쓰이는지 그 내용 역시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다. '퍼주기' 비판을 피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기본소득 실험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이 이재명 시장의 성남시이다. 이 시장은 2016년 1월부터 만 24세 이상 청년들에게 매 분기 12만5000원 상당의 청년배당을 지급했다.


이 시장은 청년배당을 시작하며 구직활동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목적을 달성하려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전통시장 등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성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언제나 헛점은 생긴다. 상품권을 20%가량 할인된 가격에 현금과 교환하는 이른바 '상품권 깡' 사례가 등장했다. 지급 기준을 정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성남시는 당시 만 24세, 성남에 3년 이상 거주한 모든 청년을 대상으로 했다. 이 때문에 소위 '금수저'임에도 불구, 기본소득을 지급받는 이들도 생겼다.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들이 쏟아졌다.

이런 이재명의 청년배당에 블록체인을 결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블록체인을 이용한 기본소득 지급 시스템 개발에 나선 미국 스타트업 '서클스'(circles)의 백서 등을 참고해 상상해보자.

먼저 성남시청, 고용노동부, 국세청 등 정부 기관과 은행 등의 금융기관들이 수급 대상자 A씨의 재산·소득 등을 블록으로 형성한다. 각 기관이 가진 자료를 서로 대조해 검증하는 절차도 진행한다.

이를 통해 모아진 A씨의 정보를 근거로 여건에 딱 맞는 만큼의 기본소득을 가상통화 형태로 지급한다. 지급내역 역시 관계 기관들의 검증을 거쳐 블록으로 저장한다.

전자지갑으로 기본소득을 수령한 A씨는 지역상점에서 구직활동에 필요한 소비를 한다. 소비내역 역시 네트워크 참가자들(정부 등)의 검증을 거쳐 블록으로 형성된다.

전자지갑을 이용하면 현재 성남시가 보유한 2400개 가맹점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이용이 가능해진다. 성남시에서 허용업종만 지정하면 별도의 가맹 없이도 결제 내역이 블록에 등록되기 때문에 쉽게 관리할 수 있다.

청년배당 지급·소비 과정에서 검증완료 된 거래내역들은 A씨의 블록체인에 연결된다. A씨는 물론 지급 주체인 성남시 등이 소비내역을 열람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만큼 거래내역이 담긴 블록의 수정이나 삭제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통화 형태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상품권 깡'의 우려가 없다. 전자지갑에서 빠져나가고 들어가는 내역이 모두 블록으로 저장되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곳에만 쓰도록 유도할 수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목표 역시 달성하기 쉬워진다.

A씨가 취업에 성공해 소득이 생기면 별도의 신고를 하거나 구청 측의 조사 없이도 자동으로 청년배당 지급이 멈추거나, 줄어든다. 끊임없이 국세청을 비롯한 정부기관이 A씨의 블록들을 검증하기 때문이다. 소득 변화가 생기면 바로 감지, 대처할 수 있다. 세금 누수를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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