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라시에 기대는 조선업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8.02.08 05:30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품는다는 루머외엔 기댈 곳 없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 합병 예정. 그 대가로 이재용 부회장 감형"

이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기 전후 시중에 나돈 지라시(루머)다.

정부 우산 아래에서 경영난이 이어진 대우조선이 오너 기업 산하 책임경영 체제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은 지속 제기됐었다. 신선도가 떨어지는 소문에 이 부회장의 이야기가 덧칠됐다.

이 지라시가 사실일 가능성은 '제로'다. 상식적으로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재판에 정부와 기업 간 '거래'가 있을 수 없다. 정부는 정경유착을 대표적 적폐로 보고 있고 이 부회장도 1심에서 정경유착 의혹으로 홍역을 치렀다. 빅딜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부회장과 삼성의 상황을 감안하면 지라시는 더욱 언어도단이다. 이 부회장은 당장 경영 공백을 채워야 한다. 신성장 동력 발굴 등 삼성전자에만 쏟을 힘도 부족하다. 유상증자까지 앞둔 삼성중공업은 자구노력이 우선순위다.


지라시를 받아들이는 조선업계 시각은 다르다. 일단 위기를 넘겨야 한다. 하지만 정체된 글로벌 시장에서 세 개의 대형 조선사가 벌이는 경쟁은 제 살을 갉아먹을 뿐이다. 대우조선 매각으로 조선사를 둘로 줄여 수주 경쟁력을 가다듬자는 것이 정부 목표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도 "회사는 주인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우조선을 품을 곳이 없다는 게 딜레마다. 오너 기업의 통 큰 결단 외에 기댈 곳이 없다. 업계에 지라시가 희망가로 들리는 이유다.

대우조선 고용 인원은 1만명. 간접 고용 및 그 가족까지 더하면 거제시 절반의 생계가 대우조선에 달렸다. 그래서 대우조선을 껴안고 조선업을 살리는 일은 결국 일자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A 조선사 관계자는 "지라시에라도 기대를 걸 만큼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지라시가 아닌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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