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국민청원방 20만명 넘기는 법, 아세요?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 2018.02.07 05:25

운영문제 개선하면 더 나은 소통창구 가능…청원자 스스로의 책임감도 필요

청와대 국민청원방에 올라온 게시물. /사진=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국민들과 대통령이 직접 소통하는 창구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여론을 조작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사용자들이 실명이 필요 없는 '익명성'을 악용해 중복 청원 등도 감수하면서 청와대 답변을 이끌어내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익명성 장점, '여론 조작' 독으로=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0만 쉽게 넘어 정부 답변 얻는 법'이란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애플리케이션(앱) 설정에 들어가 인터넷 앱의 캐시나 데이터를 삭제하는 법, 1인 4계정(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텔레그램)법, 트위터를 이용한 무한계정법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원자는 "트위터 가입을 무한히 하면 청원 동의도 무한히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30일 내 국민 20만명이 참여하면 청와대가 직접 국민청원방 질문에 답하는데, 이를 듣기 위해 무리한 꼼수를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청원 참여 과정에서 카카오톡을 통한 '중복투표'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초·중·고 학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란 제목의 청원 마감일인 지난 5일을 앞두고 막판에 10만명 넘는 인원이 몰려 중복 투표 의혹이 불거진 것. 이에 청와대는 카카오톡을 통한 청원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게시판 운영 시스템이 지적된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은 누구나 익명으로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가능하다. 그러나 익명성의 장점이 오히려 단점으로 바뀌고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은 별도의 회원 가입 과정 없이, 또 실명 거론 없이도 간단히 참여가 가능하다. 자연스럽게 청원글 중복 게시나 중복 동의도 가능하다. 이러다보니 청와대 청원의 여론 조작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이와 반대로 미국 백악관 청원게시판 '위더피플'의 경우 홈페이지 회원가입을 해야만 청원과 동의가 가능해 청와대 청원게시판과 달리 '1인 1동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 보완책이 필요한 것이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vs 청와대 커뮤니티 판=일각에선 국민청원 게시판이 현안과 관계없는 장난스러운 글이나 지극히 개인적인 청원으로 '포털 커뮤니티화(化)'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실제로 지난 5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리버풀 vs 토트넘 재경기 요청합니다'라는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리버풀과 토트넘은 영국 프로 축구팀의 이름으로 사회 현안과는 전혀 상관 없는 주제다. 현재 해당 청원 글은 삭제된 상태다. 이외에도 '걸그룹 아이오아이의 재결합을 요구합니다', '고3에게 치킨을 선물해라', '제사 폐지해라' 등의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청원글을 찾을 수 있다.

단순 민원성 청원이나 감정 과잉의 청원 글도 문제로 지적된다. 청원 게시판엔 사회 현안에 대한 논리적 이유보다 별 다른 이유 없이 화가 난다거나 거친 표현으로 작성된 청원 글도 다수 볼 수 있다. 대학생 원모씨(27)는 "청원 게시판에 들어갔다가 이곳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여론을 확인하는 인터넷 민주주의 광장인지 포털 뉴스 댓글창인지 헷갈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완하면 더 나은 소통창구 가능=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점 개선이 이뤄지면 더 나은 국민 소통 창구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분명히 보이지만 그렇다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자체의 순기능을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고강섭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권과 언론도 국민청원게시판의 목소리에 주목하고 있고, 20만 동의가 넘은 청원은 법적 실효성은 없어도 대통령이 귀 기울인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정치적 효능감'이 커지고 있다"며 "청원 게시판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청원대로 해결되진 않아도 정부가 직접 하는 답변을 받으며 국민들이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한 '알권리'를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고 교수는 "그러나 청원게시판의 순수성과 순기능이 변질되지 않게 중복투표 기능을 없애고 자주 올라오는 청원을 카테고리화해 비슷한 안건을 합칠 필요는 분명하다"며 "이 과정에서 국민들도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더 나은 인터넷 광장을 만들기 위한 자정 작용을 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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