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권 #metoo

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 2018.02.06 17:09
포장된 'Oppai Choco(오빠이 초코)'. 일본어 사전에 검색한면 '오빠이(おっぱい):[유아어]젖(퉁이)'라고 뜬다. /사진=구글이미지

지난해 여의도 금융권에서 있었던 일이다. 일본 여행을 다녀온 40대 중반의 부서장이 사무실에 간식 몇 가지를 돌렸는데, 이 가운데 'Oppai Choco(오빠이 초코)'라는 것이 있었다.

여성의 가슴 모양을 본 딴 초콜릿이어서 여성 직원들에게 큰 불쾌감을 줬다. 급기야 항의를 받은 해당 부서장은 "본의 아니게 큰 오해를 샀다. 어쨌건 불편하게 해드려 죄송하다"며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사과했다.

그러나 다음날 그는 "왜 선의로 준 선물로 제가 성희롱범으로 몰려야 하느냐"며 감정을 담은 메일을 다시 보냈다. "부서장으로서 회사의 합리적이고 건전한 조직문화와 질서를 세우고 두 번 다시 저 같은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명백하게 대응하겠다"는 말도 덧붙었다.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금융기관에서는 임원의 막말 사건이 있었다. 회식자리에서 한 임원이 부하 여직원에게 건넨 말인데, 이를 순화하면 "얼굴이 못생겨서 성희롱할 기분도 들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일부 직원들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피해자가 적극 부인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갔다.

이 밖에도 지난해 여의도 금융가에서는 추문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민망한 성 문제가 유독 많았다. 시간이나 장소만 바뀌었을 뿐 가해자와 피해자는 항상 비슷했다.

사건 이전이나 이후에 가해자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공통된 모습이다. 자신의 말이나 행동은 사무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장난, 혹은 술자리에서 오가는 농담 정도로 치부하고 되레 문제 삼는 직원들에게 화살을 날렸다.


가슴 모양 초콜릿을 건넸던 부서장은 직원들의 반발에 "새벽까지 고민했다"고 했다. 그러나 고민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망신을 준 직원들의 문제를 되짚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내가 왜 이런 '여론몰이'의 피해자가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주동자를 분명히 조치하겠다"고 반발했다고 한다. 본말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2030세대의 성평등 감수성은 몇 년 전과는 비교도 못할 정도로 민감하다. 사회적으로도 성폭력 피해자에게 손가락질 하기 보다는 아픔에 연대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금융권은 그동안 여성인력 채용을 늘려왔다. 최근 정책적으로 여성 임원 비중을 늘리는 곳도 많다. 좋은 흐름이지만, 한편으로 조직 내 남녀 문화를 어떻게 변화시킬지도 들여다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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