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차단된 가상통화 시장, '돈줄'이 마른다

머니투데이 조성은 기자 | 2018.02.09 14:33

글로벌 빅5 신용카드사, 신용카드로 가상통화 구매 금지·제한

올해 들어 주요 가상통화 가격이 급락하는 가운데 국내외 금융당국이 가상통화 시장에서 유동성을 차단하며 전방위적인 돈줄 죄기에 나서고 있어 향후 가상통화 시장이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신한·현대·하나·롯데·BC카드 등 국내 대표 카드사들은 가상통화 결제를 위한 신용카드 서비스를 중단했다. 신용으로 가상통화에 투자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조치였다.

여기에 지난 달 30일 금융감독원의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도입으로 신규 가상계좌 개설이 제한되면서 신규 투자자의 가상통화 시장 유입이 크게 줄었다. 그러자 한때 30~40%에 달하던 국내 가상통화 김치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급기야 해외 시세보다 낮은 역(逆) 김치 프리미엄마저 발생했다. 신용카드 구매가 막힌 상태에서 현금 구매까지 제한을 받자 국내 가상통화 투자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해외에서도 가상통화 시장의 유동성 차단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중국 내 주요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를 폐쇄했다. 위안화를 통한 가상통화 결제를 아예 차단해 버린 것이다. 이후 비트코인 위안화 거래 비중은 1%로 급감했다. 2014년엔 비트코인 위안화 거래 비중이 90%에 달했었다.

그리고 지난 3일 미국계 글로벌 은행인 JP 모건체이스(JP Morgan Chase),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씨티은행(Citi bar) 등이 신용카드를 이용한 가상통화 구매 전면 금지를 선언하며 본격적인 돈줄 죄기에 동참했다.

이어 영국계 로이즈은행(Llyods Banking)도 5일 신용카드를 통한 가상통화 구매를 금지하며 유동성 차단에 합류했다. 로이드은행 측은 "신용카드를 이용한 가상통화 구입을 막고 있으며, 앞으로 로이즈은행 산하 스코틀랜드 은행, 헬리팩스(Halifax), MBNA에서도 가상통화 구입용 신용카드 결제를 허용치 않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글로벌 신용카드사인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까지 가세해 지난 주부터 가상통화 구매 수수료를 5% 추가 부과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앞으로 신용카드로 가상통화를 구입할 때는 카드 대출과 같은 '현금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여겨 최고 25.99%의 이자를 부과하기로 했다.

또 다른 신용카드사인 캐피털원파이낸셜(Capital One Financial)은 올해 초부터 신용카드를 통한 가상통화 구매를 금지했고, 디스커버파이낸셜(Discover Financial)은 이미 2015년부터 신용카드를 통한 가상통화 구매를 원천봉쇄했다.

이처럼 글로벌 빅5 신용카드사가 모두 가상통화 시장의 유동성 차단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대형 은행들과 카드사들이 신용카드를 통한 가상통화 구매를 막고 나선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거론된다. 첫 번째 이유는 가상통화 가격 변동성 때문이다. JP 모건체이스 대변인은 "(가상통화)의 변동성과 위험 때문에 신용카드를 통한 구입을 금지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몇주동안 비트코인을 포함한 주요 가상통화들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의 경우 지난해 12월 17일 1만9900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개월 만에 8000달러 미만으로 떨어졌다.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이더리움, 리플, 라이트코인 등 여타 가상통화들도 동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 측은 가상통화 시세가 급락하면 가상통화를 구매한 사람들이 카드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은행이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가상통화 정보제공업체 코인데스크(CoinDesk)가 올해 1월 중순 3000명의 가상통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투자자의 약 20%가 신용카드로 가상통화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들 중 52%만이 "채무를 갚았다"고 응답했다. 절반 정도가 빚을 갚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가상통화가 자금세탁이나 불법활동에 악용될 가능성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일 "일부 카드회사들이 가상통화가 자금세탁이나 불법활동에 이용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상통화 거래는 해외 송금 기록이 남지 않아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용이하기 때문에 불법자금 거래에 악용될 여지가 크다.

실제로 인천지검은 지난 5일 비트코인으로 위안화를 원화로 불법 환전해 무려 5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챙긴 환치기범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환치기는 외국환은행이 아닌 국내 환전상을 통해 외국에서 외국환으로 지급받는 불법환전을 뜻한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전 세계적으로 금융당국이 신용카드와 현금을 통한 가상통화 투자를 규제하기 시작하면서 '돈줄'이 마르고 있다"며 "유동성이 차단된 가상통화 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것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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