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금감원은 채용특혜 VIP 명단 왜 공개 못하나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18.02.06 17:42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6일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을 발표했지만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많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했을 때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당시 심 의원이 공개한 VIP 명단에는 누가(청탁자) 은행 누구를 통해(추천인) 누구를(지원자) 부탁했는지 명확히 나와 있다.

반면 금감원이 확인한 VIP 명단은 KEB하나은행 55명, KB국민은행 20명이라고 하는데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청탁자와 추천인에 대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금감원이 채용비리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힌 사례 가운데 금융회사에 가장 영향력이 큰 금감원과 정치권이 없다는 점도 의문이다. 심 의원이 제기한 우리은행 청탁자 16명 중에는 금감원 인사가 2명 있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이 불리한 내용은 발표하지 않고 있는게 아니냐는 오해가 나오는데도 금감원은 VIP 명단에 오른 인물의 숫자만 확인해줄 뿐 명단 자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의 채용비리 의혹 발표에 은행들이 적극 반발하는 것도 의문이다. 과거에는 금융당국이 조사 결과를 내놓으면 금융사는 조용히 순응했다. 채용비리 의혹으로 우리은행장이 물러난 전례가 있는 만큼 은행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점을 감안한다 해도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에 증거가 미흡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금융당국을 거쳐 간 퇴직 임원들이 “금융사를 꼼짝 못하게 잡을만한 명확한 증거가 부족한 게 아니냐”고 걱정할 정도다.

은행이 거세게 반발하자 최흥식 금감원장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조사 결과가 확실하다고 확인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최 원장은 지난 1일과 5일 외부 행사 중 기자들과 만나 “(채용비리) 검사 결과가 정확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도 지난 5일 연세대에서 열린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방안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 검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믿는다”고 했다.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에 채용비리 의혹을 설명한데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금감원은 채용비리 의혹을 발표한 이후 심 의원실 등을 찾아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설명을 듣지 못한 다른 의원실이 항의하자 금감원은 정무위 소속 의원들 거의 대부분을 찾아가 채용비리 의혹을 설명했다. 이에대해 금감원이 궁지에 몰리자 의원들에게 도움을 얻고자 설명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금감원에 대한 이런 대접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금감원 전직 임원들이 채용비리로 이미 실형을 선고받아 ‘머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금감원이 채용비리 조사와 관련해 ‘머 묻은 개’ 대접에서 벗어나려면 관련 내용을 한 치의 숨김없이 공개해야 한다. 은행은 한사코 없다는 VIP 명단을 금감원은 있다고 한다. 우리은행 VIP 명단처럼 이 명단부터 속 시원히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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