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쇼크]美증시 폭락…월가선 "'파월 풋' 기대 말라"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8.02.06 11:38

통화정책 정상화 돌입·과도한 주가 수준 우려…FRB '시장 달래기' 기대 말아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AFPBBNews=뉴스1

"'파월 풋'은 생각도 하지 말라."

마켓워치는 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증시 폭락 사태에 대응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라는 게 이코노미스트들의 중론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FRB가 이미 확고하게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기부양을 위해 도입한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에 돌입했고 주가 수준이 과도하다고 우려해온 만큼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지난 3일 취임한 제롬 파월 FRB 의장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식으로 시장을 떠받치긴 어렵다는 얘기다.

닐 두타 르네상스매크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파월 풋은 생각도 하지 말라'는 제목의 투자노트에서 "FRB가 증시의 높아진 가격 수준을 한탄해왔다"며 "증시의 투매는 특별한 걱정거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선 다우지수와 S&P500지수가 2011년 8월 이후 최대 폭 떨어졌다. 두 지수의 낙폭이 모두 4%가 넘었다. 새해 들어서도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거듭하던 시장이 갑자기 주저앉은 만큼 충격이 컸다. FRB가 전처럼 통화정책으로 시장을 달랠 것이라는 기대가 번진 이유다.

1987년 FRB 의장으로 취임한 앨런 그린스펀은 당초 매파(강경파) 성향이 강한 인물로 평가됐다. 하지만 그는 취임 2개월 만에 전에 없던 비둘기파(온건파)로 돌아섰다. 뉴욕증시 폭락사태(블랙먼데이) 때문이다.


S&P500지수 추이(2월5일 종가는 2648.94)/자료=블룸버그
그린스펀은 수개월에 걸친 금리인하로 폭락한 주가를 띄어 올리는 데 주력했다. 금융규제 완화도 지지했다. 시장에선 그린스펀 전 의장의 통화부양 조치를 자산가격 하락 위험을 피할 수 있는 '풋옵션'과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그린스펀 풋'이라고 불렀다. 덕분에 그린스펀 임기(1987~2006년) 중에 뉴욕증시의 금융주는 653% 급등했다. 같은 기간 비금융주 상승폭은 319%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그린스펀의 후임자인 벤 버냉키와 파월 의장에게 바통을 넘긴 재닛 옐런도 시장을 도왔다. '버냉키 풋', '옐런 풋'이다. 금융위기 이후 첫 금리인상을 주도한 옐런은 시장이 동요할 때 금리인상을 보류했다. 2015년 12월 처음 금리인상에 나선 그는 꼬박 1년 뒤에야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중국의 갑작스러운 위안화 평가절하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친 게 금리인상을 미룬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존 히긴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파월 풋'이 실현되기 어려운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우선 그린스펀 풋이 발동된 1987년의 시장 붕괴 때만큼 '파월 풋'이 명분을 얻으려면 S&P500지수가 2000선 밑으로 한참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종가는 2648.94다. 르네상스매크로의 두타 이코노미스트도 미국 증시가 여전히 강세장에 있다고 지적했다.

히긴스는 또 미국 경제가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한 만큼 FRB가 통화긴축정책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봤다. 그러지 않으면 물가안정이라는 FRB의 정책목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FRB가 양대 정책목표 가운데 하나인 완전고용을 사실상 달성한 만큼 이젠 물가안정에 힘써야 한다는 얘기다.

'FRB 풋'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블랙먼데이 충격에서 비롯된 그린스펀의 과도한 통화완화정책은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의 불씨가 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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