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혁신주체냐 혁신대상이냐…기로에 선 '김상곤의 교육부'

머니투데이 세종=문영재 기자 | 2018.02.0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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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마추어 같은 행정이었습니다.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발표가 있은 뒤 만난 교육부 한 관료의 말이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영어교육 정책에 대한 교육부의 비전이나 추진 전략은커녕 무능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꼽고 있다.

지난해 7월 김상곤 교육부 장관 취임 이후 설익은 정책을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거둬들이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제 확대 1년 유예가 대표적이다.

새해 업무계획 보고에서는 교원 평가제·성과급제나 초·중학교 지필고사 폐지 등 민감한 내용들은 빼고 지난해 내놓은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데 그쳐 재탕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상곤의 교육부'가 아마추어라는 비아냥을 받는 것은 어공(어쩌다가 공무원이 된 외부 인사)들과 무관치 않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시각이다. 어느 정권 때나 정무적 필요에 따라 기용된 어공들은 개혁의 주체로 나서는데 주저함이 없다.

또 상대적으로 원칙·규정을 내세우며 책임질 일은 하지 않는 늘공(늘 공무원인 직업공무원)과 달리 목표 지향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어공은 전문성이 떨어지고 정파성에 매몰되는 우를 범하기 일쑤다.


현재 교육부에서는 유독 김 장관을 경기교육감 시절부터 보좌했던 측근이나 여당과 연줄이 닿은 인사 등 다수가 핵짐 요직을 꿰차고 득세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들이 찬반 논란이 첨예한 교육정책을 쥐락펴락하면서 불필요한 갈등·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이른바 '적폐 청산' 프레임에 갇힌 늘공은 꿀먹은 벙어리마냥 말문을 닫고 있다. 어공의 개혁 성향도, 늘공의 행정적 현실주의도 보이지 않는 꽉 막힌 형국인 셈이다.

이런 현상이 심화하면 교육부와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무너진다. 이미 교육부는 정책 여론조사 평가에서 지지율이 35%로 최하위를 기록하지 않았나. 입시 등 국민 관심이 큰 교육정책을 다루면서 부작용에 대한 사전예측은 고사하고 이후 공감대 형성에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후 첫 장차관 워크숍을 연 자리에서 "공무원이 혁신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면 혁신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면 김 장관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이제라도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정책 시스템을 갖추고자 한다면 김 장관은 자신이 불러들인 어공들에게 공부를 더 시켜 능력을 향상시키든지, 소신과 전문성을 갖고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진짜 교육전문가'를 영입하든지 해야할 때다. 그게 국민에 대한 예의다. 그렇지 않으면 비판의 화살은 최고 권력자를 향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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