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66)과 '비선실세' 최순실씨(62)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에 대한 5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이 재판부에 이 부회장을 위한 자필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5일 "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자필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은 만큼 마지막으로 재판부에 공소사실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밝히는 의미"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A4 용지 4장 분량의 탄원서에는 이 부회장이 자신에게 청탁을 한 사실이 없는 만큼 선처를 베풀어 달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탄원서는 증거로 채택되지 않기 때문에 선고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이날 오후 2시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삼성 전직 임원 5명의 항소심 결과에 대해 선고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 과정에 도움을 바라며 그 대가로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승마지원금 등 89억2227만원을 지원한 혐의(뇌물) 등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인수익은닉 △국회 위증 등이다.
만약 2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다면 사실상 실형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횡령 등 다른 관련 혐의들에 대해서도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서다. 반면 뇌물공여 혐의가 무죄로 판단된다면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뇌물공여가 무죄라도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유죄가 나올 수 있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선고될 때 가능하다.
2심의 최대 변수는 1심이 뇌물공여를 유죄로 판단한 근거가 된 '묵시적 청탁'이 인정될지 여부다. 1심 재판부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을 놓고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묵시적 청탁'이 오갔다고 판단하고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삼성의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은 각각 징역 4년,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황성수 전 전무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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